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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라 Dec 19. 2024

15. 내려놓는 연습

"이제 하나씩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아."

얼마 전 남편 한 말이다. 40대 초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되물어 보니, 포기와 가까운 말이라기보다는 가능한 것들에 집중하자는 의미에 가깝기는 했다.


생각해 보면 40대는 또 다른 많은 의사결정의 시기이기도 하다. 커리어 적으로는 인생 2막의 새로 도전을 해볼 것인지, 현재 일을 지속할 것인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을 늦게 낳으니 한동안, 아니 앞으로도 20년은 돈을 버는 족족 아이에게 나갈 텐데, 노후 염두에 둔 관리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내 가치관을 유지할지 조정할지도 다시 들여다본다. 러나 한편에서는 중년의 체력과 정신력이 나를 끌어당긴다.


크고 작은 선택의 과정에서 당연히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남편이 내려놓자고 한 것은 아마도 이 기회비용에 대한 집착이나 아쉬움일 것이다.


목표도 필요하고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40대는 이제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쉽지만 내가 모든 것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환경과 타이밍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제 경험을 통해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40대의 내려놓음은 20대의 내려놓음과 조금 다른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https://pin.it/2pIM5xjNp

현재에 담담히 집중하고 미래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다잡아 나가는 것. 모든 것이 충족될 수 없음을 알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되 그 기준이 우리 모두의 행복일 것.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기. 지금 나와 우리 집의 내려놓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무서울 것도 부러울 것도, 그다지 덜 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그럼 그냥 지금 나 자신으로 잘 살아나가면 되고, 마음도 평안해진다. 불안도가 높은 완벽주의자는 마흔 살이 넘어야 아주 조금 방법을 터득했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pin.it/2wVdSSB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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