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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라 Jan 01. 2025

16. 하루하루 건강하게, 소중히 살자

다섯번 째 상담 후기

나의 생각회로는 대체로 이렇게 굴러갔다. 불만족스럽거나 힘든 요인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는다. 원인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를 되짚게 되고, 과거를 되짚다 보면 그 원인은 내가 된다.


그때 내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했다면, 타이밍을 잡았다면... 등등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자책이 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선택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는 망상(어차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이 망상은 때로는 현재를 잠식하고, 일상의 집중을 흐트러 트린다.


머릿속 뫼비우스의 띠를 발견하고는 이걸 끊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왜 내가 현재를 살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는지 알 것 같았다.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스스로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나의 지금 상황과 감정들은 객관적으로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긍정적인 나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 따위도 신경 쓰지 않기로. 그 평가는 나의 몫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의 몫이었다. 나는 이미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사람이므로, 내 행동 이후의 평가와 감정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과정이에요." 나의 위 얘기를 들은 상담사분의 말이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채고 생각을 바꾼 건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말과 함께. 또한 감정은 분석 대상이 아니다, 감정을 그냥 그 자체로 인정하면 된다는 조언도.


실제로 지금 내 눈앞의 긍정적인 면과 기쁨을 보려고 하자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나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최근 성과가 좋아 연봉도 많이 올랐다. 나와 잘 맞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두 아이도 어렵지 않게 계획대로 낳았다. 이 모든 것들은 내 노력이 많이 투입된 것이고. 원하는 방향대로 삶의 궤도를 밀고 나간 결과이고 현재다. 유년기 집안의 우여곡절이나 나한테 없는 것들, 지금 성취하고 있지 못한 것들은 내 것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칭찬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그냥 감사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제까지 쌓아 온 것들을 기반으로 궤도를 잘 가꾸고 수정하며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미 입증된)


1월 1일이다. 인생이 어떤 문제를 던져주더라도 스스로에게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긍정하고 시작해 본다. 이 또한 매우 감사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https://pin.it/KwwECHpzI

*커버 이미지 출처)https://pin.it/5N6oXbe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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