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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문 Nov 18. 2018

누가 소통을 두려워하랴.

고독을 그린 화가, 에드워드 호퍼

소통의 두려움


인간이 최소한의 필요한 것은 먹을 것, 입을 것, 살 공간이다. 이 세가지 요소인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통일 거다. 소통이 없다면 인간은 단순한 비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원시, 중세, 근세에 이르기까지 방식이 달라졌을 뿐 인간 간의 소통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 도시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면서 소통은 점차 줄어든다. 이전의 작은 도시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알았고, 이방인이 적었기에 소통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돌아갔으나, 현재의 도시는 그렇지 않다. 도시에서는 모두가 모두의 적인, 만인의 대한 만인의 소강 상태에 가깝다. 거대한 도시에서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소통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건드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과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이것이 현대사회의 소통의 현주소다.


 



에드워드 호퍼는 근대 미국사회의 차가운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 그가 소재로 삼은 도시를 그린 화가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르누아르, 고흐, 로트렉, 드가, 시슬레 등 인상주의화가들은 이미 도시의 아름다움과 도시가 가지고 있는 미감에 대해 찬탄해왔다. 그러나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의 이면에 주목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뒷면에서 차갑고, 서로간의 소통이 없는 도시의 풍경들에서 그리고 싶어하던 자신만의 예술을 발견한 것이다.  



외로운 도시인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 캔버스에 유채


  어두운 그림 내에서 시선이 가는 건 술집 내부의 모습이다. 술을 파는 바텐더, 사람들에서 떨어져 조용히 술을 마시는 남자, 그리고 마주보고 조용히 술을 마시는 남녀의 모습까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작은 술집이 터무니 없이 넓어보인다는 데 있다. 자정이 넘은 밤 동안 홀로 술은 마시는 남자의 뒷모습은 매우 처량하다. 그는 "오늘 밤 술을 마시는 건 오롯히 나 혼자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옆의 테이블의 남녀도 마찬가지이다. 남녀의 모습은 서로 아는 사이임에 분명하지만(손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마치 오늘 술집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뒷모습에선 거대한 어둠이 자리잡고 있다. 그림을 보는 우리도 알 수 있듯, 그들 스스로를 연결해주던 실이 끊어졌다는 것을 안다.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도, 서로 소통할 수도 없다.

  마지막 인물인 바텐더를 보자. 바텐더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일에만 집중한다. 이렇게 일하는 와중에 다른 이들과의 소통은 무의식적이다. 단지 앞의 손님이 말하는 장단에 맞출 뿐. 그에게 소통이란 건 크게 관심없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빨리 가게를 닫고 집에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 뿐이다. 밝고 화려한 도시와 가게내부의 밝은 색면은 역설적으로 삭막한 술집의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다. 이런 대비에서 가게 내부에서 소통의 부재를 더 크게 이야기한다. 너무도 밝고 화려한 도시, 그러나 도시의 네온사인이 꺼지면 누구도 타인과 소통할 수 없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가장 큰 역설은 우리가 이 소통할 수 없는 도시에서 어찌저찌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단순하고 간략한 구성은 도시의 차가움을 보여줍니다. 반면 그의 색채는 밝고 명쾌합니다. 이런 그의 색감은 가장 먼저 광고업계에서 사용되었습니다. 광고에서 그의 그림을 즐겨 사용한 까닭은 광고가 바로 도시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싸움인데 그의 그림의 색감과 구성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에드워드 호퍼는 재미있게도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습니다)


멀리 볼 것 없이 가장 최근의 SSG(신세계)의 광고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했습니다. 현대적인 색감을 보여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보고 당신만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신세계 SSG 광고, 공효진, 공유  


에드워드 호퍼, 밤의 오피스, 1940년, 캔버스에 유채



신세계 SSG 광고, 공효진, 공유


에드워드 호퍼, 철길 옆 호텔에서, 1952년,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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