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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Aug 03. 2023

20. 신산리 1m의 견생

나의 영도 정착기

 고양이들에 비해 신산리 개들의 삶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시골개들에겐 1미터 짧은 줄에 매여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마치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앞 집 마당에도 백구가 한 마리 매여 있는데 항상  좁은 개집 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움직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아직 어린 개라 생각했지만 어느 날 보니 새끼를 낳았다. 새하얀 모찌떡 같은 토실토실 귀요미를 3마리 낳았는데 꼼짝도 안 하고 개집에만 들어앉아있던 녀석이 이제는 마당을 돌아다니는 새끼들이 걱정이 되는지 밖에 나와 새끼들을 지키고 앉아있었다. 어미이긴 하지만 백구도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  1미터 남짓 목줄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로 고개를 빼고 천방지축 기어 다니는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래도 새끼들이 덕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다행다.  


 꼬물거리는 새끼들이 너무 귀여워서 오갈 때마다 한참을 앞에 서서 구경하곤 했다. 구경하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동네 영감님들은 구경하는 나를 구경하곤 했다. 다 같이 강아지를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할머니가 나타나  간식을 주거나  반찬을 싸주기도 했다. 나를 시골처자라 부르며 뭐라도 하나 챙겨주려 하는데 그 마음이 참 고맙고 귀엽다. (물론 내 눈엔 영도보다 신산리가 훨씬 더 시골이지만 그래도 경기도민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 지켜드리기로...) 


신산리 백구와 새끼들

 







회사에 키우는 강아지가 있다. 이름이 콜라인데  콜라는 작년에 진드기로 하나밖에 없는 단짝 코카를 잃었다. 콜라도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위기를 잘 넘기고 살아났다. 줄에 매여있진 않지만 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콜라는 직원들이 없는 주말엔 산책도 밥도 없이 2박 3일을 견뎌야 했다. 나는 그런 콜라가 딱해서 주말마다 회사에 출근하였고 한동안 애사심이 넘치는 직원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볼 때마다 너무도 해맑게 달려 나오는 콜라.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 슬픔은 잊고 눈 앞의 행복에 춤추면서. 



신산리 콜라






덧. 

 달쯤 지나 걸음마를 뗀 백구의 새끼들은  대문 창살 틈을 빠져나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미는 새끼들이 눈에 안 보이는 시간 내내 안절부절못하며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갔으며 아무리 구멍을 막아도 어떻게든 탈출하여 차도를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목격한 후론 나 역시 근심걱정이 늘었다.  

개나 사람이나 애(새끼)들이란….


신산리 백구와 새끼들. 한 마리는 또 어디로 탈출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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