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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마 Jan 05. 2022

넓어진 가죽 소파

펫로스 증후군을 말하다-3

20년 동안 함께한 갈색의 복슬거리던 조그마한 존재는 주인을 닮아 고집이 정말 센 푸들이었다.

그 녀석은 언제나 자신이 잠을 청하는 공간도 명확했고 조건도 확실했다. 거실에 위치한 큰 가죽 소파가 니은자로 꺾이는 공간에 그 녀석을 위한 보들보들한 담요를 깔았고, 그 위에 통실통실한 정사각형 쿠션을 놓아두면 그 녀석이 비로소 만족하고 잠이 들 수 있는 조건이렸다.


그 녀석은 그렇게, 거실의 큰 가죽 소파가 니은자로 접히는 그곳에서 낮잠을 청하고는 하였다. 그 녀석이 가장 좋아했던 방식은 마치 땅을 파듯이 북북 담요를 긁다가 쿠션을 니은자의 안쪽으로 몰아두고 그 쿠션과 담요 사이에 자신의 몸을 정확하게 가리고 잠이 드는 것을 선호했다. 복슬거리던 그 녀석이 매 저녁마다 그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어찌나 우습고도 사랑스러웠던지.


엄마 또리는 왜 매번 저러고 잘까?

그러게- 또 쿠션 없애면 또리가 계속 째려보는 거 알지? 쟤는 꼭 저러더라


하면서 큭큭거리고는 했다.


복슬거리는 그 녀석은 해가 갈수록 그 자리에 머무르던 시간이 길어졌다. 그 녀석 덕분에 소파의 니은자 구석은 언제나 따끈따끈하고 구수한 냄새가 났다. 사람들은 이후 이것을 강아지 '꼬순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그 말만큼 이 향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어 본가에서 독립을 하고 이따금 들를때마다 그 녀석은 나를 보면 그 소파의 니은자 한구석에서 내내 누워있다가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귀를 쫑긋하며 나를 빤히 바라보다 나에게 달려왔다.


어떤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힘겹게 절뚝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때부터는 얼굴에 서려있는 표정은 나를 더욱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그즈음부터는 소파에 그 녀석이 편하게 오갈 수 있을만한 슬라이드를 붙여주었다. 그전까지는 슬라이드를 설치해줘도 무시하고 펄쩍펄쩍 소파에 뛰어오리고 내려가던 녀석이 슬라이드를 이용해서 더듬더듬 내려오기 시작했다. 딱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내 강아지가 나이가 들었음을 주변에 무의식적으로 꺼내고는 했다.


이제는 소파에 그 녀석을 위해 깔아 두었던 담요도 치웠고, 가죽에 생채기가 나는 일도 없어졌다. 녀석이 북북 긁고 나중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토해놓고는 했던 그 담요들은 많은 세탁을 거치며 낡아버려 버려지게 되었다. 똑같은 소파가 거실에 있는데 이상하게 더 넓어 보인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너무 많아졌다.

아니, 누워서 다리를 쭉 뻗으려 하면 발에 닿던 그 말캉한, 복실 거리는 촉감이 없어졌다.

원래 소파에 누우면 발이 이렇게 허전하고 차가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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