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접하는 텍스트를 UX Writing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리즈
여행, 공간, 대화등 생활에서 마주하는 <글의 경험>에 대하여 UX 측면에서 해석하고 공유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분석이며, 이에 대한 모든 의견과 다른 관점에 대한 공유를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모던, 컨템포러리 아트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미술관입니다. 멋진 작품들과 웅장하고 독특한 건축물로 많이 알려져있어서, 디자이너분들이 많이 방문하거나 알고 계실것입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퐁피두 센터를 방문하고 디지털화된 전시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요, 퐁피두 센터는 4,5층에 한해서 챗봇형태의 전시 설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시 도슨트를 디지털화 하는것은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진행중에 있지만, 퐁피두 센터가 제공하는 챗봇의 대화 흐름과 설계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이번 아티클은 퐁피두 센터가 제공하는 챗봇 시스템 내의 UX writing 측면의 전략을 분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왼쪽의 이미지는 퐁피두 5층 벽면에 곳곳이 보이는 설명입니다. 작품 하단에 보이는 픽토그램이 존재하면, 오른쪽의 챗봇에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그 작품을 AI로 분석하여 그 사진을 인지하고, 설명해주는 방식이죠.
설명의 방식은 코멘터리(챗봇의 대화형 설명문), 미디어 지원(유튜브연결), 팟캐스트 세가지가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이 세가지 방식으로 설명이 준비되어있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코멘터리는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저는 이 중 코멘터리를 어떻게 주고있는지 주목했구요.
작품을 찍어보내면 첫번째로 작품을 제대로 인지했는지 컨펌받는 과정으로 작품 명과 작가명을 되묻습니다. 그리고 챗봇이 제대로 인지했다라는 가정하에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UX는 개선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용자가 작품을 찍고 다시 제목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고, 잘못 인식되어도 사용자가 인지하기 어렵기때문이죠)
특정 작품을 코멘터리 방식으로 제공받기로 선택한후, 챗봇으로 대화를 이어가보았습니다.
흥미로운것은 처음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것이 아트워크, 콘텍스트 두가지로 나오는것을 알수있는데요. 보통 도슨트에서는 작품설명을 하며 자연스럽게 비하인드 썰을 풀어주기도 하잖아요? 여기선 이렇게 세세하게 나눠둔것이 불편하기도 하면서도, 흥미롭게도 실제 사람의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많은 정보를 가진 누군가랑 대화할때 이것저것 두서없이 물어보기도하고, 또 다음 대화의 내용을 맥락상 추측해서 듣고는 하지요. 이렇게 작품이 가진 방대한 스토리를 대략적으로 예측가능한 정도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계속 눌러보게 되었어요.
또 일정 이상의 대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단일 대답만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ㅋㅋㅋ)
약간 답정너스럽게 나올만한 반응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죠. 보시면 마지막 즈음엔 이모지 두개만 뜨는것을 알 수 있는데, 한번에 많은양의 정보를 지속해서 뿌려주는건 지루하니 중간에 사용자 개입을 통해 문장의 호흡을 끊어준것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전시 설명이라 아무래도 텍스트 자체가 많기는 합니다)
그리고 전시설명이 끝나면 사용자에게 Next Up 옵션만을 제공해서 다른 작품을 보도록 유도했구요.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였어요. 해당 작품은 문이 있고 문을 통과하면 거대한 동굴같은 것이 있는 공간 체험 작품이었습니다.
문을 찍어서 보내면, 챗봇이 작품에 들어갔는지 물어보는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물리적 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내부는 이미지와 같이 기하학적인 모양이 지속되었는데, 챗봇에서는 퀴즈 형태로 어떤 모양이 보이는지 4가지의 답안을 제공합니다.
작품 설명이 고정적으로 정해진 고전 작품과 다른 UX가 적용된것을 실감했는데요, 현대의 작품으로 올 수록 작가의 의도를 반영하고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었다고 느껴졌어요.
혹시 여러분은 기하학 이미지에서 저 네가지 중 무엇이 보이셨나요?
흥미로운 것은 작가의 의도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였지만, 왼쪽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의 오답인 'faces'를 선택해도 'interesting!' 이라고 사용자의 관점을 존중하려는 답변을 했어요. 오른쪽에서는 작가의 의도와 맞는 답을 한 경우인데, 정답이야! 같은 용어를 쓰지않고 그렇구나~! 정도의 표현으로 순화한것도 의도적으로 설계한 부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관객의 해석에 맡긴다- 하는 느낌도 들었구요.
퐁피두센터의 대화형 UX는 흥미로웠지만, 많은 개선점도 안고있었습니다. 챗봇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해서 갑자기 리프레시 되며 이전 내용이 날라가기도 했고, 오디오나 미디어를 듣는 과정에서는 팝업이 생성되어 일관된 경험을 해친다고 느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설명적이고 방대한 정보를 어떠한 Writing Skill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