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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잇아웃 정PD Feb 28. 2016

Ken Robinson : <학교혁명>

전설적 강연에 대한 대답

학교와 학창 시절, 그리고 교육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사촌형제들, 주변 친구들과의 비교되며 성적에 대한 부담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마음껏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언제나 '대학교만 가면 국영수 이런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자연계(물리 전공)를 가는 바람에 국어 빼곤 계속 공부해야만 했고, 엔지니어가 되어 아직까지도 공부하고 있다. 덕분에 안 했던 한 가지(국어 : 책 읽기와 글쓰기)를 지금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 이외에 다른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동아리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연습, 공연, 강습 등을 하며,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나간다는 것, 리더의 역할을 해본다는 것 등을 작게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 그 자체'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기억은 거의 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기도 하고, 가끔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교육이란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활동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하며 지내는지 등등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교육'이 아닐까.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제한되고(국영수 중심), 의사소통이 제한되며(토론과 참여가 아닌 일방적 암기), 주위 친구들을 이겨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린 현재의 우리 학생들은, 그 결과, 행복도 꼴찌, 자살률 1위라는 끔찍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누구나 고민하고, 걱정하는 '교육'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켄 로빈슨의 <학교혁명>에서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었다. 



Ken Robinson


켄 로빈슨을 설명하기 위해선 TED에서 했었던 그의 강연 - 'Schools kill creativity'를 이야기해야 한다. 

(강연 링크) : 강연을 안 보셨다면 잠깐 시간을 내서 꼭 보시기를.

<켄 로빈슨 - Schools kill creativity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


TED는 Technology, Design, Entertainment의 약자로, 미국에서 시작된 연례 컨퍼런스다. 다양한 주제들이 수많은 명사들, 그리고 나눌만한 이야기가 있는 일반인들을 통해 이야기되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이 강연들은 TED talk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현재 TED.com에는 2145개의 TED talk이 올라와 있고, 계속 추가되고 있다.  그중 2006년 그의 강연 영상이 TED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강연이다. 내가 2009년 TED를 알게 된 이래, 아주 잠깐의 시간 빼곤 계속 1위 자리 유지하고 있다. 현재 TED.com에서 확인되는 숫자만 3700만 건이며, 총 3억만 건 이상 시청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교육'이란 주제에 대해,  kill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과, 저자 특유의 조크와 위트 넘치는 이야기들을 버무려 웃고 고개를 끄덕거리다 보면 어느새 18분이 다 지나가 있다. 내가 TED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리고 이후 TED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줄 때도 항상 가장 먼저 추천했던 강연이다. TED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강연을 본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이 강연에서 켄 로빈슨은 제목처럼 '학교가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강연이 18분밖에 되지 않아, 문제 제기에 그치는 느낌이 있다.  강연을 본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떠오를 법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래, 맞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이번 책의 영문 제목은 'Creative Schools'이다. 영문 제목을 보고, 바로 위 강연 'Schools kill creativity'의 답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서문에서 저자도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켄 로빈슨은 이번 책 이외에도 다양한 책들을 저술했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도 2권이 더 있다.(엘리먼트,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하지만 이번 책이 가장 그의 강연과 맞닿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으며, 또 가장 최근의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의 답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전체적인 느낌 (번역 포함)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강연과 유사하다. 현재의 학교제도는 '표준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억압 /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의 기본목표에 입각하여 학생, 교사, 커리큘럼, 평가, 학교장, 부모, 환경 등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가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처음 목록을 보며 '내용이 모두 재미있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 이외에는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던 항목들이 없어 보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평생 학생이면서, 누군가를 가르쳐 줄 수도 있고, 누군가의 부모가 될 것이며,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교육을 받고 있는, 받았던, 해주고 있는, 앞으로 해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고 생각해볼 내용들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읽어보니 나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던 주제도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은 주석 포함 총 430쪽의 적지 않은 분량이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최대한 딱딱하지 않게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은 받지만, 마냥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특히 강연을 보고 켄 로빈슨 특유의 조크들을 기대하며 책을 펼치신 분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나도  그중 한 명이고. 교육의 기본 목적, 정규 교육의 3대 원칙, 평가의 3가지 요소 등 교과서(?) 느낌의 내용들이 중간중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시라면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학교, 선생님에서부터 교육 내용을 올리는 Youtube 스타까지 보고 배울만한 사례들이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다.  글 중간에도 소개하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정리해 놓을 테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대부분은 읽는데 불편함이 있지는 않았지만, 정말 몇몇 구절은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원문을 찾아보게 되었다. 번역서의 경우 내용 이해가 안 될 때는 가끔 번역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능하면 원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Google books에서는 다양한 책들의 원문을 볼 수 있어 종종 활용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책의 모든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데, 다행히 이번 책에서 원문을 찾아보려고 했던 부분은 다 원문을 볼 수 있었다.

(Google books의 Creative Schools 링크)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적절한 출발점은 교육의 결과로써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는 일이다. -제6장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222p


커리큘럼에 대해 논하는 장이었는데, 책에서 위 문장을 읽고...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교육의 결과로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건 좋지. 근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 학생들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질문해야 된다는 뜻인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결정한다는 뜻인가? 무슨 말이지......'

아무리 앞뒤로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원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 내용의 영어 원문은 아래와 같다. 

The proper starting point is to ask what students should know and be able to do as a result of their education.

정확히 맞을 진 모르겠지만...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적절한 출발점은 교육의 결과로써 학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것이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선 교육을 한 결과 아이들이 무엇을 알게 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된다...라는 의미인데,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이 책에는 좀 난해하게 적혀있다. 이런 부분이 많지는 않다. 책 전체에서  5~6군데쯤? 하지만 이런 문장 한두 개가 섞여 있음으로써 책을 읽는 난이도가 증가하고, 책에 대한 흥미도는 떨어진다. 나아가 내가 읽은 다른 부분들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럴 땐 항상... 좀 아쉽다. 


번역에 대한 언급은... 가능하면 안 하게 된다. 내가 이만한 번역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을뿐더러, 번역이 아쉬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번역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보단 자칫 비난 또는 비방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지금도 부족한데, 그런 우려 때문에 좋은 책들이 잘 번역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고. 

언제나,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유명인사들의 추천사와 비교적 긴 서문을 시작으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씩 들여다보자.



서문


책에는 본문 이외에도 다양한 글들이 있다. 이 책만 해도 추천사와 서문이 앞부분에, 저자와 옮긴이의 후기 및 주석과 색인이 뒤에 있다. 그리고 책날개의 앞 뒤에도 저자, 옮긴이의 약력과 책을 소개하는 글 들이 적혀 있다. 책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요즘 가장 중요한 광고 중 하나라고 하는 띠지가 포함되어 있는 책도 있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면 나오는, 그래서 책을 고를 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낚이게도 만드는 출판사 서평도 있다. 이렇게 책에 관한 모든 글들을 꼼꼼히 다 챙겨보는 분도 계실 테고, 사전 정보들에 의한 편견을 최소화하고 내용 자체만으로 책을 느끼고, 평가하기 위해 가능한 본문만 보는 분도 있을 것이다.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서문과 목차 등을 제대로 읽는 것 만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의 7,80%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문과 목차 등은 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이기도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책을 모두 다 읽어야만 서문, 서평 등에 본문의 내용이 충실히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 다시 읽는 서문, 서평 등은 책을 읽기 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요약본, 서문, 목차 등만 봐도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는데, 굳이 책을 다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다면, 책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서문에는 교육에 관한 일반상식이 언급되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1. 일기, 쓰기, 산수를 배운다 → 고등교육을 잘 배운다 → 대학에 진학한다 → 좋은 직장을 구한다 → 나라가 발전한다.

2. 그런데, 지능은 다 다르므로

   누군가는 공부를 잘한다 → 성적이 좋다 →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 → 전문직 일자리를 받는다. 

   누군가는 공부를 못한다 → 성적이 낮다 → 낙제나 중퇴한다 → 좋지 않은 직업을 얻는다.  


모두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맞다고 생각하는 내용일 것이다. 내 아이는 공부 잘 시키고,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직업 구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지? 저자는 이 이야기가 위험한 허상이고, 제도 자체가 원인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대체 뭐가 허상이고, 제도의 어떤 점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체적인 구성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3장에서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4~10장에서는 학생 / 교사 / 커리큘럼 / 시험(평가) / 교장 / 학부모 / 정책(환경) 등 교육의 각 주체별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 '기본으로 돌아가라'

1장에서는 현 교육의 문제점을 설명한다. 그가 주장하는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표준화운동'이다. '표준화운동'이 익숙하지 않다면 PISA(국제 학업성취도 평가)를 생각하면 된다. 표준화운동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을 소개한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교육제도는 국가의 경제 번영과 경쟁력 우위에 결정적 요소다. 즉 학업성취도의 표준은 높은 것이 좋으며 학교들은 이 표준을 끌어올릴 만한 과목과 지도법에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지식 경제의 성장에 발맞추려면 많은 학생이 고등교육, 특히 4년제 대학과 종합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학교의 자유재량에 내맡기기엔 너무도 중대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정부는 표준을 정하고, 커리큘럼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표준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시험을 실시하고, 책무성과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교육을 통제해야 한다.


이 생각이 옳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이러한 생각의 결과들을 말해준다. 각 국가들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이루기 위해 표준화운동 / 경쟁 / 기업화를 실시했지만, 이는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새로 생긴 일자리에 필요한 교육은 하지 못했고, 경쟁에 낙오된 아이들은 학교를 중퇴하여 장기실업자, 생활보호 대상자, 범죄자가 되어 간다. 그 결과 빈곤과 사회적 격차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잘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현재 우리나라이다. 이 책에서 우리나라는 딱 한 번 언급되는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BBC 기사이다.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은 아침부터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학부모는 그 아이들 뒷바라지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학업 성적을 높이는 대가로, 우리가 치르고 있는 것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이다. 


(기사 링크 : South Korea's schools: Long days, high results)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한 단어는 '헬조선'이었다. 이 단어가 생긴,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전파된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 교육은 분명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교육제도에 의한 청소년들의 자살은, 그것이 성적에 대한 비관 때문이든 분노에 찬 친구들의 따돌림에 의한 것이든,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모두의 잘못이기에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다. 누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부터, 내 주변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표준화운동은 낮은 학업 성적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했지만, 학업 성적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다.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는 결국 학생 자신의 동기와 기대이기에, 지도의 질을 향상하고, 균형 잡힌 커리큘럼을 마련하며, 유익한 평가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2장 '어떻게 교육모델이 탄생했는가'

2장 '어떻게 교육모델이 탄생했는가'는 현대 교육이 만들어진 이유와 문제점들을 설명한다. 캔자스시티의 건축가 스티브 리즈가 데라살 교육센터에서 시작한 'Mind Drive' 프로젝트(Homepage)는 버려진 자동차를 가지고 와서 전기자동차로 탈바꿈시키고, 그 차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연, 소셜미디어 캠페인까지 진행한다. 모두 학업성취도 하위 20%의 아이들이 모여서 이뤄낸 성과다. 눈금자도 볼 줄 모르던 아이들이 기계, 기술, 팀워크를 배우며 전기차를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다. 

데라살 교육센터는 소위 말하는 '대안 학교'이다.  저자는 그 이름 자체에 주목한다. 왜 학교에 '대안'이 필요한가?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 아이들을 소외시켰을 뿐이다. 이러한 교육제도는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대중교육은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산업혁명과 함께 노동자, 기술자, 전문가 등이 필요해졌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산업화 시대 상품 생산 과정과 산업적 교육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1. 최종 제품과 무관한 원재료의 가치를 간과한다 :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재능을 찾지 못한다. 이는 삶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

2. 폐기물과 부산물들을 만들어낸다 : 중도포기, 낮은 자존감, 제도 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용기회 제한 등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3. 환경오염 등 외부효과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이 처리하지도 않는다 :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에게 필요한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교육 변화를 위해선 산업적 관점이 아니라 유기체적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봐야 한다. 그 예로 영국 그레인지 초등학교 교장 리처드 거버가 만든 '그레인지턴'을 예로 든다.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라는 제목의 책에 그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다.  

<오늘 만드는 내일의 학교>

그레인지턴에서는 아이들의 선천적인 학습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역할놀이/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마을 (그레인지 타운)을 만들고, 그곳에서 학습과 평가가 이루어지게 했다. 그의 목표는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즉 '디즈니월드처럼 재미있는 학교'이다. 


저자는 농업과 교육이 유사하다고 이야기한다. 산업적 농업이 생산량 증가를 위하여 살충제와 비료에 의한 환경오염, 생테계 균형 파괴, 토양의 질 악화, 경작의 지속성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듯이, 산업적 교육도 시험 결과 향상, 졸업생 수 높이기 등을 위하여 수많은 외부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의 기본 목적 4가지에 충실해야 한다. 이 4가지 목적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언급되므로, 한번 정리하고 가는 게 필요할  듯하다. 


경제적 목적 :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책임감 있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화적 목적 :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문화를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다른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게 이끌어야 한다.
사회적 목적 : 청소년이 능동적이고 온정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게 해줘야 한다.
개인적 목적 : 청소년이 주변의 세계뿐만 아니라 내면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


위 목적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내용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경제력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경제교육은 부족해 보이고,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 과목은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은 부족했고, 잠깐 눈감고 쉬는 시간이었던 '명상의 시간' 이외에 개개인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각 목적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들은 그 내용을 보는 것 만으로 도움이 되니, 발췌독을 한다면 이 부분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3장 '변화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너희들, 어제가 학교에 나오는 마지막 날이었다고 하면 지금 뭘 하고 싶어?" 


노스 스타 십대 자기주도학습  센터(Homepage)에서 아이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공동설립자 켄 댄퍼드는 마지못해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씨름하다 홈스쿨링/언스쿨링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학교를 그만두듯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에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뭘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고, 선택하게 하고, 그것을 도와주는 센터를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가면 바로 보이는 문구인 'Learning is Natural. School is Optional.'은 그러한 그들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이 장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교육의 또 하나의 특징은 복잡하고도 적응성을 지닌 '복잡적응계'라는 것이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제도이며, 각자의 역할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지역별,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작은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창발적 특성'도 나타난다. 교육 변화를 위해선 이러한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영국에서 진행했던 두 가지 프로젝트(드라마 10-16과 학교에서의 예술)는 다양하고 상호의존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고려했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졌다. 


이 장에 내가 가장 궁금했던, 그리고 듣고 싶었던 내용이 들어있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교육의 변화를 고민할만한 최상의 시작점은 바로 당신이 지금 속해 있는 곳이다. 더불어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의 경험을 변화시키면 그들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더 넓고 복잡한 전반적 교육의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 



이후 4장부터는 각 교육주체별 구체적인 접근 방안이, 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나온다. 내용이 너무 많아져, 이후 내용들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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