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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근 May 28. 2017

[북 아메리카 자전거 횡단]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8

2017.05.25 날씨 폭우

DELAWARE -> 펜실베이니아

총 운행 거리 : 177.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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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소스라치게 추워 잠에서 깨니 텐트 천장에서 빗방울이 목을 향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레인 플라이가 없으니 이너 텐트만으로 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침낭도 다 젖어버려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좁은 텐트 안에서 서둘러 침낭을 말아 가방에 꾸겨 넣었다. 그 와중에 비를 한참 동안 맞았을 텐트 밖에 있는 장비들을 가방에 넣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물건들을 가방에 구겨 넣어 텐트 입구 밖으로 차례차례 던졌다. 아침부터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쫓기듯이 짐을 꾸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25km를 달려 근방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 서둘러 들어왔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달리면서도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몸이 흠뻑 젖은 상태로 몇 시간 동안 달리니 방에 들어오고 나서도 몸이 쉽게 데워지지가 않았다. 젖은 옷들을 서둘러 벗어내고, 비를 피해 서둘러 가방에 구겨 넣은 텐트, 침낭, 담요, 스토브 등을 던지듯이 끄집어냈다. 물이 흥건했지만 좁은 방이라 말릴 곳이 없었다. 아무렇게나 천장에 매달고 땅바닥에 던져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정리를 마치고 숙소 앞 길 가에 위치해 있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여기서 시작된 일이 나중에 귀중한 경험으로 돌아왔다.) 들어서자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한 것 같아 보이는 웨이트리스가 우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꼼꼼하게 하나씩 챙겨주었고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친절하고 편안하게 응대를 해주어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나는 계산을 하고 팁을 두고 가려고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어 보았다. 나는 밥을 39불을 먹었는데 5불과 20불이 주머니에 있었다. 잠깐 고민을 하다 20불을 드리는 게 좋겠다 생각하여 50%가 조금 넘는 금액을 팁으로 드리고 나왔다. 웨이트리스는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며 손을 흔들어 보이셨다. 


나에게도 큰 금액이었지만, 나로 인해서 오늘 하루만큼은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분은 충분히 행복을 전염시킬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었다. 그렇게 나는 사소한 배려로 작은 기쁨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고 나는 숙소로 돌아와서 글과 사진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으니 답답하여 바람을 쐬러 건물 밖으로 나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땅에 떨어진 50불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달러가 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이게 돈인지 그냥 전단지 같은 종이인지 구분이 힘들었다.) 나는 빗물에 젖은 50불을 주워 들고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돈을 주워 본적이 드문일인데 여기서 이렇게 큰돈을 주웠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방에 가져 들어와 탁상에 말리기 위해 펴놓고 생각을 해보니, 오늘 레스토랑에서 선의로 베푼 일이 나에게 돌아온 건가 싶었다. 모든 일들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말을 처음으로 몸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선하게 그리고 기쁨을 나누며 사는 법을 세상이 조금씩 알려 주는 중인 것 같다.


ps.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인류가 가진 행복도 일정한 에너지의 양으로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 50불을 잃어버려 속상해할 그분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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