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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근 May 30. 2017

[북반구 대륙 횡단]

: 행복을 찾아 가는 여정 D+11

2017.05.28 날씨 소나기 / 펜실베니아 

총 이동 거리 & 시간 : 352.82km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고 있는 중이다. 미 대륙 도처에 있는 자연을 느끼고 싶어 떠난 여행이라, 우회하는 길로 가지 않고 산맥 속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여러 종류의 동물을 마주 할 때가 많았다. 경계심 많은 사슴 가족들, 잽싸게 도망가는 라쿤, 난생처음 듣는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가진 새들 모든 것들이 어울려 있는 그런 곳 들이었다. 그곳을 지나며 캠핑을 하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사실 힘들었다. 작은 숲 하나가 사유지인 경우가 많았고 아무리 산을 타고 올라가도 사유지라고 적힌 포스트가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넓은 숲들이 도대체 누구의 소유인 것인가, 누가 최초로 이 숲의 소유를 주장했는가,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소유할 권리가 있는가. ‘사유지’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속에 사는 수 만 가지 종류의 식물들, 벌레들 그리고 동물들이 누군가의 소유라고 한다면 나는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우리 스스로가 그곳에 있는 벌레와 동물과 다를 게 없다. 우리를 만들어낸 물질은 전부 자연에서 왔다. 심지어, 자연이 산소를 만들지 않기로 결심을 해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리석게도 자연을 소유물처럼 나누고 독점하려 한다. 결국 손을 떼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먼 미래에 물과 같이 편의점에 산소를 사고팔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이 넓은 숲의 주인은 투명한 유리관을 숲 전체에 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한글로 풀자면 스스로 그러하다는 말과 같다. 다시 말해,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일컫는다. 인간은 먼저 선취하면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게끔 설계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인간은 태초부터 공유된 자연을 사고팔아왔다.


한 번은, 애팔래치아 산골에 있는 마을에서 트랙터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옆에서 쉬며 보고 있자니 집 주변에 마당을 만들려고 하는 거 같았다. 주변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았는데 그곳은 나무가 없는 걸 보니 이미 나무를 다 베어 낸 것 같았다. 거대한 기계로 땅을 갈아엎고, 큰 돌을 뽑아내고 그렇게 본인이 생각하는 푸른 잔디밭을 가진 마당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어리석은 인간들을 위해 자연은 회복을 거듭하며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지만 결국, 한계가 올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연주의자도, 환경보호 운동가도 아니지만 요즘 문득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큰 위협감을 느낀다.


우리는 인간을 만들어낸 물질 조차 자연에서 왔다는 걸 늘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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