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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Aug 07. 2020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은
새로운 배움을 빚어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야깃거리 하나. 2019년 11월 25일에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의 연설자로 참석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이끈 그는 이 자리에서 '하나의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훌륭한 콘텐츠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기술의 존재를 인지하고 경탄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전환과 파괴적 혁신의 기저에는 언제나 기술과 콘텐츠가 '함께' 존재합니다. 이 두 가지의 유기적인 연결은 언제나 경험을 확장하고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방시혁 대표는 이 모든 이야기를 짧은 문장에 담아낸 것입니다.


 이야깃거리 둘. 2019년 화제의 책이었던 《디커플링》의 공저자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탈레스 톄이셰이라(Thales S. Teixeira)는 ‘시장 파괴의 주범은 새로운 기술이 아닌 달라진 고객’이라고 주장합니다. 신기술은 언제나 등장하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면 그것은 고객들이 사용하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진짜 파괴자는 고객이고,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명확하게 아는 것만이 파괴의 시대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말합니다.


 교육이나 학습과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깃거리를 두 가지나 언급한 이유는, 에듀테크를 논함에 있어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끊임없이 학습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배움의 습관을 만들어 가는 에듀테크나 매력적인 지식 콘텐츠는 모두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재합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기술 그 자체를 미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그보다는 깊고 날카로운 지식 콘텐츠가 곧 배움의 핵심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배움을 열망하는 이들이든, 이런 사람들에게 최적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든 배움의 습관이 변화하는 근간에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학습하고자 하는 요즘 사람들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본디 잘 벼린 식칼과 최첨단 조리 기구를 갖추고 있더라도 요리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음식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먹는 이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만족감이 큰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한다고 한들 반드시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에듀테크가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전통적인 교육 방법론보다 나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없던 지식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면 배우는 사람에게 최적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가장 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배움과 기술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근육을 만들고 단련하는 것입니다.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https://www.masterclass.com/)의 공동 창립자인 애론 라스무센(Aaron Rasmussen)이 2019년에 런칭한 아웃라이어(Outlier: https://outlier.org/)라는 서비스는 이 ‘새로운 근육’이 기술의 진보나 콘텐츠의 품질이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의해 발달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아웃라이어는 마스터클래스와 같이 화려한 강사진과 유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마스터클래스와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 아웃라이어는 기초학문, 즉 미적분Ⅰ과 심리학을 가르칩니다. 둘, 강사진은 예일 대학교의 폴 블룸(Paul Bloom), 뉴욕 대학교의 제이 반 바벨(Jay Van Bavel), 런던 대학교의 한나 프라이(Hannah Fry)와 같이 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교수들입니다. 셋, 학습자들은 아웃라이어를 통해 실제 대학의 학점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아웃라이어의 학습자들은 한 강좌에 400달러를 지불함으로써 살인적인 미국 대학 등록금을 절약할 수 있고, 수료하지 못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학습자들은 시험 기간 1주일을 제외하고 14주간의 커리큘럼은 학습자가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수강할 수 있으며, 실전 문제 풀이, 1:1 교습, 스터디 모임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피츠버그 대학(University of Pittsburgh)과의 제휴를 통해 취득한 학점을 일부 타대학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 서비스는 2020년 1,17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습니다.


 고품질의 지식 콘텐츠를 학습자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전달하면서도 ‘학점 취득’이라는 실질적인 효익까지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탄생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아웃라이어는 자신들의 콘텐츠나 기술이 아닌,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부채를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이 사례는 대학 교육을 혁신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해당되지만, 성인교육 영역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그것도 ‘기초학문’ 분야에서 조차 사람들의 욕구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세대의 배움터가  ‘그저 주어지는 교육’이 아닌, ‘주체적인 학습’을 위한 곳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배움의 무게추가 공급자가 아닌 학습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발 빠르게 읽어내고 만족스러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의 ‘고객 중심적인 사고’는 ‘무엇을 배우는지’는 물론 ‘어떻게 배우는지’를 아우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배움의 습관을 혁신하는데 기여합니다. 배움을 탐닉하는 밀레니얼 직장인으로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와 같은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Reference]


- 지승훈, 〈빅히트 방시혁 대표, 방탄소년단 성공비결? "좋은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라"〉, YTN, 2019.11.25

-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디커플링》, 인플루엔셜, 2019

- Anthony Ha, "MasterClass co-founder’s new educational startup Outlier raises $11.7M", TechCrunch, 2020.1.9

- Anthony Ha, "MasterClass founder launches Outlier, offering online courses for college credit", TechCrunch, 201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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