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에서 일곱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점
호캉스를 계획했다가 컨디션 난조로 눈물 찔끔하며 막판에 취소했다. 그러다 기적적으로(?) 상태가 좋아져 꾹 참고 참았던 외출을 감행했다.
#1.
호텔 대신 향한 집 근처 아울렛은 어중간한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옆모습을 보고 다다다다 달려갔지만 눈앞에서 문이 닫혀버렸다. 바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렸다. 타 있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 사이에 약간 뻘쭘한(적어도 내쪽에서는) 공기가 도는 것도 잠시, 유아차를 본 아이들이 안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보인다.
“언니 오빠들한테 인사해 튼튼아~”
튼튼이는 아직 ‘빠이빠이’ 밖에 못하지만 내가 간접적으로나마 인사를 전한다. 아이들의 엄마도 튼튼이 쪽에 대고 말한다.
“너도 금~방 커서 엄마아빠 말 안 듣고 속 썩이겠구나.”
#2.
유아휴게실에 다녀오는 길. 내 앞에 엄마와 아이1이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쪽의 아이2는 어딘가로 다다다다 달려가는 중. 엄마는 소리친다.
"빨리 와!"
그러고는 혼잣말을 한다.
"저 새끼가 진짜..."
그 서슬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읊조리듯 말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심지어 마스크를 한 상태로 본 건데도.
#3.
밥을 먹고 나와 식당 앞 코너를 돌 때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같은 쪽을 보며 서성이는데 그중 한 남자가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제~발 좀 가자~~~!"
대체 무슨 일이기에 공공장소에서 이렇게까지 소리를 지르나,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치려는데, 코너를 돌고 나니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아기가 아장아장 열심히도 걸어가고 있었다. 반대 방향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에 남편과 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의 속을 썩인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오로지 부모에게 달려있다. 은근히 돌려 말해 눈치를 줄 수도, 잔뜩 신경질을 내며 윽박지를 수도, 애걸복걸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 욕을 하는 엄마를 보고 남편에게는 '아무리 속을 썩여도 그렇지 자식한테 욕을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했지만, 함부로 단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들의 속사정을 나는 모르니까. 그리고 조금 두려워졌다.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내가 몸이 힘들고 맘이 힘들 때, 아이까지 애를 먹인다면...?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엄마가 되고 싶다.
강인해져야 유연해지겠지?
간만의 긴 외출로 생각이 많았던 하루였다.
(Dec 3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