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제대로 전한다는 것
한강 공원에서 한참 얘기를 나누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갑자기 말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는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나는 말했다. 어쩌면 애정이 없기 때문에 그 일을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자꾸만 그날의 대화가 떠오른다. 어쩌면 그가 ‘아냐, 너는 실은 사람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던 건 아닐까 하고. 실은 나도 그가 정말로 인간미 없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듣고 싶어 하는(할지도 모르는) 얘기를 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그 순간을 자꾸만 곱씹게 한다. 한강변을 빠져나오는 동안 어색한 정적이 흘렀던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어떤 일에 대해 숨 가쁘도록 이야길 토해냈더니(웃기게도 지금은 그게 무슨 일이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잠자코 듣던 친구가 말했다. 자기는 예전에 상사가 해준 말이 문득문득 떠오른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게 사랑이다.
친구가 그 얘길 왜 해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상사는 친구에게 왜 그런 이야길 했을까.
생각이 말이 되어 일단 내 입을 떠나면, 그 말을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상대에게 있다. 그리고 나의 의도와 상대가 받아들인 내용을 답 맞추듯 맞춰볼 수 있는 순간은 좀처럼 갖기 어렵다. 그런 기회를 만난다면, 그래서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거겠지.
결국 난 그가 나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가 걸려서라기 보다는,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경솔하게 말을 내뱉은 게 후회되어 이토록 그 순간을 곱씹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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