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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nchscreen Jul 24. 2024

왜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새로운 소셜이 등장하지 않을까?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 다음은 없는 것일까?

Slop이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

인터넷에서 쉽게 생산되는 저질 콘텐츠(Slop)가 늘어나면서, 좋은 콘텐츠와 좋은 비즈니스가 묻히고 있습니다. 이는 알고리즘이 저질 콘텐츠를 받아들이거나,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맞추기 위해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전체가 저질 콘텐츠로 가득 차게 되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터넷이 더 쉽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양질의 콘텐츠보다 최적화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는 전체적인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https://www.notboring.co/p/make-the-internet-fun-again


소셜은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세이클럽 - 싸이월드를 거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성장하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통해 막강한 채널을 구축하고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성장한 AI 기술과 자동화 소프트웨어들이 결합해 인스타그램은 더할 나위 없는 Slop 세상이 되었다.


이미 플랫폼 차원의 알고리즘 수정이나 사람들의 자체적인 자정작용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드디어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2012년, 인스타그램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인플루언서"라는 말이 아직 탄생하기 이전에 페이스북이 딱 그랬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을 공유했고, 낯선 사람들의 "좋아요"가 도파민을 만들어내던 그 시절 페이스북은 그 위세가 조금씩 꺾이기 시작하며 당시 10대 어린 친구들은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게시물을 보거나, 페이스북 메신저("페메")로 친구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1999 싸이월드, 2004 페이스북, 2010 인스타그램.

사진: Unsplash의 Firmbee.com

대한민국 사람들을 기준으로 약 5년 간격으로 새로운 소셜이 나타났고 각각 출시 후 5년 정도 전성기를 누리며 다음 소셜에 자리를 내주는 사이클이 인스타그램을 기점으로 멈춰있다.

물론 2016 틱톡이 있긴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그 자리를 내주진 않았고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다.

- 1999 싸이월드
- 2004 페이스북
- 2010 인스타그램
Global Market Share of Social Media Platforms (2023) by Chat GPT 4o


또한 숏폼 영상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구조가 미디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전환되었고,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연결되는 방식보다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자주 접속하게 만드는 것이 주요 경쟁 지표가 되었다.


더 이상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사람들이 연결되는 근간이었던 일상 공유는 의미를 잃어버릴 것일까? 일부는 그렇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면 그 사람의 일상적인 것들이 궁금해진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이 오늘 뭐 하고 지냈을까 궁금한 것처럼.


반대로 말하면 그다지 관심 없는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는 말이다. 당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심지어 친구라고 해도 뭘 먹고, 뭘 했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나를 자극하기 위한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고 생산자들은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를 하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과거엔 하나의 소셜 플랫폼이 시끄러워지고 초창기의 그 매력, 소위 "힙한" 느낌을 잃어갈 때쯤 새로운 콘셉트를 가진 매력적인 소셜 플랫폼이 나타났고 사람들은 으레 그렇듯 새로운 소셜로 움직이며 일상 공유를 이어가곤 했다.


클럽하우스

사진: Unsplash의 Dmitry Mashkin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탄생한 이 실시간 오디오 기반 소셜 플랫폼은 순식간에 유니콘 대열에 오르며 인스타그램을 잇는 다음 소셜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마치 스캠 코인 차트처럼 피뢰침을 쏘며 끝이 났다.


그리고 새로운 소셜이 등장할 가능성마저 끝난 것처럼 보였다.

ⓒ 네이버 데이터랩


인스타그램도 현재 소셜 미디어가 되긴 했어도 여전히 일상 공유가 가능하고, 실시간 음성 채팅은 그만큼 수요가 높지 않았다. 사실 "유명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Private 공간"이 Hype의 핵심이었는데 그 유명한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질문들은 대화할 만한 가치가 없는 Slop들이 많았고, 그로인한 피로감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힙한 공간이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새로운 소셜은 새로운 브랜드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소셜이 인스타그램을 잇는 다음 시대의 소셜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소셜의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여전히 일상을 공유하고 사람들이 연결되는 커뮤니티일까?

핫했던 Genly, Gas, BeReal 모두 과거 스냅챗의 "10대 틈새 공략" 전략을 토대로 성장하는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스냅챗도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다.

- 인스타그램: 30%
- 스냅챗 (Zenly를 인수): 7.5%
- BeReal: 2%
- Gas: 1%
Market Share of Social Media Platforms (2023) by Chat GPT 4o


따라서 내 답은 No.


사람들은 똑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역치라는 존재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렇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라도 비슷한 구조의 에피소드가 몇 시즌째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끼는 게 사람이라 그렇다.


갓 태어난 아이들조차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접한다. 차별적인 콘셉트를 가진 소셜이라 해도 그 콘셉트가 주는 재미가 떨어지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이 시대의 소셜은 필수재이긴 하나 그 필수재가 너무나 강력한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실.


이런 레드오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까?


레드오션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나 이미 사람들의 니즈가 검증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여기서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면, 인스타그램과 다른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거대한 기업과 서비스들이 무너지는 것을 가끔 본 적 있다. 또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브랜드들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소셜이라는 산업에서도 새로운 브랜드가 나타나 성장하며 기존 기업들이 위협을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는 감각이 필요하다.

열광한다는 말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성공시킬 수 있다.


민희진은 소셔시대 부터 f(x)를 이어 뉴진스까지 맡았던 K-Pop 걸그룹을 모두 성공시켰다. 뉴진스는 데뷔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2023년 1,103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낸 브랜드로 성장했다. K-Pop도 레드오션이고 대형 기획사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녀는 특별한가?

뉴진스. ⓒ하이브


브랜드를 만드는 힘은 감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상호작용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을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하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쉽게 정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정의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경영자는 또한 적어도 4, 5년 후의 일에 대해서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 이건희 회장. (1994년 6월 집무실에서)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연결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것은 공학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연금술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으면 그저 그런 제품으로 그저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 정도가 최선일지 모른다.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 또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 있는 감각의 부족 때문이다.


브랜드가 먼저, 제품은 그 다음.

적어도 소수의 사람들이 열광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먼저란 이야기.


브랜드는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통해 돈을 지불할 만큼 만족할 때 만들어지는 무형의 이미지, 즉 상상력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제2의 인스타그램이 나올 수 없고, 제2의 더 현대가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브랜드가 무엇일지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하면 무슨 제품을 만들더라도 그저 그런 제품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소셜 또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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