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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Aug 14. 2016

초심에 다가가다
EXID 'STREET'

엘라 엘라 엘라 엘라이 에에

사진 출처: http://dkpopnews.fooyoh.com/2016/06/exid-lie-screen-caps.html

 '위아래'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EXID. '아예'와 '핫핑크'로 기세를 이어가다 정규 1집 'STREET'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런 성공이 당황스러웠을 이들에게 정규 1집은 상당히 중요한 기점에 놓인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싱글 앨범이나 EP 활동이 많은 아이돌의 특성상 정규 앨범은 흥행이나 대중성보다는 그룹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색채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된다. 특히나 '위아래' 이후 상대적으로 편중된 장르색만 보여주었던 EXID였기에 이번 정규 1집에선 초심의 R&B 풍 음악을 풍성하게 구성한 흔적이 느껴진다. 개성 넘치는 네 보컬과 단연 아이돌 최고의 실력 래퍼라 할 수 있는 LE의 조화가 이뤄낸 EXID의 첫 정규 앨범을 찬찬히 살펴보자.


 일각에선 같은 컨셉 무한 반복이라는 평이 있었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자가복제라는 평가는 사실 정확하지만 한편으로는 옳지 않다. 위아래부터 핫핑크로 이어지는 EXID의 시그니처는 잘 하는 걸 잘 할 줄 아는 기획이라 볼 수 있다. 첫 곡으로 갑작스런 인기를 얻게 된 당시에 실제로 선택의 폭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섣부른 컨셉 변경보다는 인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직전의 EXID를 연이어 만나볼 수 있는 그런 곡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절박한 걸그룹의 입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은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렇게 그들은 중독성 있는 비트에 섹시한 가사와 랩 파트를 얹은 걸 크러쉬 곡들로 대중들을 찾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탑 반열에 오른 이들이기에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정규 1집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진 출처: http://dkpopnews.fooyoh.com/2016/06/exid-lie-screen-caps.html


 그룹의 시작이었던 R&B 감성과 멤버들의 보컬 색을 하나 하나 신경 쓴 트랙들에서 EXID라는 그룹이 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정규 1집은 EXID의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앨범. 첫 번째 트랙곡 '데려다 줄래'를 비롯해 솔지와 하니의 각 솔로곡과 두 사람의 듀엣곡 'only one'은 EXID의 감성과 호소력을 잘 보여주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정규 1집 앨범에 담긴 또 하나의 매력은 혜린, 정화의 듀엣 곡 '냠냠쩝쩝'이다. 위트 넘치는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곡은 평소에 혜린과 정화가 가지고 있는 유쾌한 이미지를 재치있는 가사로 옮겨냈다. 생각보다 무거운 혜린의 목소리에 장난기 가득한 정화의 얇은 톤이 더해져 굉장히 흥미로운 시너지를 낸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멤버들의 보컬색을 정확히 활용한 곡 센스가 굉장히 좋다. 뿐만 아니라 'only one'을 선공개 곡으로 선보이고 '데려다줄래'를 무대 위 인트로로 넣은 것 역시 보컬 중심인 정규 1집의 색을 조금 더 어필한 기획으로 보인다.


 타이틀 곡인 'L.I.E'는 기본적으로 섹시 컨셉을 능통하게 활용할 수 있는 EXID의 과감함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보컬 활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앞세운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곡이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은 여타 걸그룹에선 볼 수 없는 흡입력 있는 랩 파트를 곡 구성의 중심으로 넣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아래', '아예', '핫핑크' 모두 비트가 노래보다 강한 곡이지만 보컬과 랩을 주고 받는 구성으로 끝까지 질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L.I.E는 구성이 조금 다르다. 하니의 흡입력있는 목소리로 들어와 혜린, 솔지로 이어지며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구성은 갖지만 이번 곡은 랩 파트를 줄이고 하니, 정화 보컬을 앞뒤로 더 넣었다.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비트로 중독성 강한 후렴구를 대신한 점 역시 이전보다 보컬을 강조한 곡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확실히 EXID의 신곡을 듣는 건 맞지만 조금 변했다. 다만 전체적인 틀을 유사하게 가져갔기에 질리지 않는 것뿐.


 이와 같은 변화는 EXID의 음악이 기존의 장점을 새로움과 연결하려는 과정 상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지루함 없는 곡 구성이었고 신곡 LIE는 보컬을 조금 더 어필했음에도 여전히 EXID의 노래였다. 계속해서 비슷한 색을 강조해온 이들이기에 앞으로의 변주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다만 단순히 표면적인 컨셉의 변화보다는 음악의 변화가 앞서야겠다. 좋은 예로 'WHY SO LONELY'로 컴백한 원더걸스가 있겠다. 'I FEEL YOU'라는 단계를 지나 내놓은 이번 신곡은 오로지 좋은 음악만으로 원더걸스의 새로운 색이 되었다. 겉보기에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히 뉘앙스가 변했다. 그렇기에 위아래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겪던 이들은 이제 잘 하는 걸 정확히 알고 이에 걸맞는 완성도 높은 조금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야겠다. 물론 멤버들 모두가 알차고 점차 잘 하는 걸 잘 하고 있기에 큰 걱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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