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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태 Mar 21. 2018

페이스북 사태에 대하여

페이스북 스캔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하루 만에 40조 증발
페이스북 게이트
페이스북 최대 위기


 페이스북이 오랜만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기능을 출시한 것 때문이 아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데 알려지면 서다.



 이를 비난하는 언론의 보도는 매우 뜨겁다. 왓츠앱 공동창업자 브라인언 액튼은 이 상황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로 페이스북을 지울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왓츠앱은 2014년 페이스북이 약 20조 원에 인수한 서비스다.


출처 : Brian Acton Twitter

 

 언론이 뽑아내는 자극적인 프레임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언론은 소위 뉴미디어에게 항상 적대적이었다. 여론의 주도권은 이미 포털과 SNS에 빼앗긴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은 마치 페이스북이 고객정보를 일부러 제공했다는 식의 기사도 쓴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페이스북에 적지 않은 타격과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CA(Cambridge Analytica)가 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성격검사 앱을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배포했고, 이 테스트를 하려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좋아요 목록과 친구 목록 그리고 위치 정보 등을 수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테스트를 하려는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정보 제공에 동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간편 회원가입도 이러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름과 이메일 정보만 요구하지만 적지 않은 앱이나 서비스가 친구 목록이나 다른 정보를 요구한다. (참고로 친구 목록은 소셜 기능이 있는 게임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요구한다. 물론 체크 해제하면 그 정보는 연동되지 않는다. 체크 해제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이를 모르고 동의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네이버, 구글, 트위터 등에서도 제공하는 기능이다.


간편 아이디로 회원가입


문제는 CA가 이 수집된 정보를 목적과 다른 활동에 썼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을 선별해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성격검사를 위해 사용자 정보 수집이 아니라 애초에 유권자 분석과 이를 통한 광고를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재미로 하는 성격검사가 무슨 위치정보가 필요하고, 친구 목록이 필요할까? 말 그대로 낚시를 한 것이다. (성격 검사의 정답들은 뭐가 나오든 내 성격 같은 거 아닌가? 그냥 재미로 보자..)


 그럼 이 사단에 대한 페이스북의 책임은 없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페이스북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책임 있다 이다. 알려진 내용으로만 보면 말이다. 어쨌든 페이스북 유저가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이것을 다른 용도로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점은 구조적으로 가능한 일이기에 이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을 페이스북 측에서는 미리 구축했어야 한다.


 하지만, 위의 생각과 별개로 이 사안을 두 가지 다른 측면으로 바라본다.


첫 번째, 트럼프 캠프는 바보인가?


 어쨌든 트럼프 캠프는 영국의 데이터 분석 업체 CA에게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우리가 페이스북 유저 정보를 빼서 너희들 한테 유리하게 타겟팅 캠페인을 해줄게. 근데 좀 비싸" 정도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공짜로 해줄리는 없으니까.


 그런데 만약 그들이 획득한 정치적인 성향이나 사용자의 위치를 페이스북에서만 광고로 활용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광고 플랫폼. 예를 들어 구글 GDN이나 아마존, 트위터 광고를 하는데 페이스북 유저 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제안한 내용은 페이스북 광고의 타겟팅에 기본적인 옵션으로 되어 있다. 특히 북미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성향을 타겟팅 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

페이스북 타겟인사이트


 이런 기본적인 옵션을 모르고 트럼프 캠프가 뭔가 대단해 보이는 제안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면 말 그대로 바보짓을 한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이 SNS를 잘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SNS 광고나 마케팅 방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의 보좌관들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페이스북 핵심 타겟팅의 신빙성 붕괴인가?


 원래는 한글로 스탠다드 타겟팅(Standard Targeting)이라고 불리다가 어느샌가 핵심 타겟팅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것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나이나 성별, 위치, 관심사 등을 타겟팅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입력한 자신의 정보, 사용자의 동의 하에 페이스북이 수집하는 정보(위치 등) 그리고 사용자가 페이스북에서 벌이는 활동 정보를 기반으로 타겟팅 광고를 하도록 하게 해줌으로써 얻는다.


 그런데 만약 데이터 분석 업체 CA가 페이스북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옵션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아 트럼프를 지지하는 성향을 가진 지역별 유권자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획득하고 이용하겠다고 설득했다면 이것은 페이스북 핵심 타겟팅이 믿을만한 게 못된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이 사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어쨌든 페이스북은 서드 파티 앱이나 데이터 정책에 대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정보책임자의 사퇴는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의 반증이다. 그리고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많은 서비스들이 여러 목적에서 활용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많은 서비스들이 사용자의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물론 이런 활용은 사용자가 동의한 것이긴 하다.


 몇 년 전 구글을 공격하는 국내 유명 언론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구글이 사용자의 정보를 빼내서 광고에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갔던 사이트의 광고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그 기사를 보고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구글 GDN(Google display network)를 쿠키를 기반으로 한 리타겟팅 광고를 제공한다. 구글이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가 자신의 브라우저에 남겨진 흔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브라우저에 쿠키를 삭제하면 리타겟팅 광고에서 해방(?)된다.




마무리하기 전에 하나의 질문이 생각난다.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가 동의하지 않은 곳에 사용되는 것에서 안전한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페이스북이 우리의 정보를 어디로 빼낸다기보다는 달콤한 미끼로 정보를 빼가려는 의도를 가진 나쁜 놈들이 많다. 바로 [내 페이스북 방문자 확인]과 같은 것이다. (그게 왜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것은 대부분 소위 사용자의 키(Key) 값을 빼내 다른 의도로 사용할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테스트 같은 것들(?)도 테스트를 하기 전에 내 정보를 요청한다면 한 번쯤은 아니 두 번, 세 번 의심해 봐야 한다. 아니 그냥 하지말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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