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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Mar 23. 2024

엄마는 실내화 소리를 거침없이 내며 집안을 활보한다

소리와 권력의 상관관계 - ‘소음’은 철저히 불공정하다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두 공간, 집과 회사.

나는 때때로 절대적이고 온전한 고요함을 갖고 싶거나 혹은 오로지 소리를 내 의사대로-내가 원하는 시간에,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가 원하는 음량으로-머물게 하고 싶은 열망이 커짐을 느낀다.


권력이 높아질수록 그는 소리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소음”이 된다. 소음을 느끼는 자는 권력이 없는 자이며, 그런 의미에서 소음은 철저히 불공정하다.


엄마는 실내화 소리를 거침없이 내며 집안을 활보한다. 과장님은 업무시간 중 언제라도 자신이 얘기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이야기한다.


권력이 있는 자는 자신이 내는 소리에도 거침이 없다. 자신이 그 일을 해야 하기에, 자신이 일상생활을 해나가려면 어쩔 수 없기에 그 과정에서 나는 소리는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할 터. 한공간에 있는 누군가가 그 소리로 인하여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 소리로 인하여 누군가는 집중력이 흐려지고, 온전한 잠이나 휴식을 취할 수 없고,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권력이 있는 자는생각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본인이 내는 소리를 참아가며 이해해가며, 그 시간을 감내해 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반면 권력이 없는 자는 권력이 있는 자와 비슷한 상황과 조건에서도 자신이 무언가를 할 때에 권력이 있는자를 ‘의식하여‘ 소리를 낸다.

아, 이처럼 권력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행동 양식까지 그 권력의 그림자에 있게 만든다.


권력이 없는 자로서는 가끔은 억울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거나(즉, 나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표현하거나)혹은 그가 불편함을 의식하게끔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다(하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권력의 앞에 서면 결국은 내 그 시간들이 그의 시간보다 ‘덜’ 중요하고 보잘 것 없는 무언가가 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되묻고 싶을 때가 있다. 정말로 나의 시간이 그들의 그것보다 덜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시간을 내가 바라는대로 갖고자 하는 욕구가 그들보다 덜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나?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나의 시간 또한 존중받을 만한 것이지 않는가? 한쪽만 감내하고 이해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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