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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Dec 22. 2024

“따뜻하고 가벼운” 동경으로 “열렬히“ 나자신을 살기

동경 - 김화진

동경- 김화진 작가

아름, 민아, 해든의 이야기. 셋은 서로를 동경하며, 아프지만 성장한다.



1. 어릴 때의 기억은 현재의 나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간혹 나의 삶의 방식과 지향점까지도.


 '민아'는 본인의 엄마가 '말이나 해 봐. 물어보기라도 해 봐'라는 말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주문할 때마다 그것이 싫었다. 엄마가 그럴때마다 상황이 불편해지고 부담스러워졌기에 엄마의 그런 태도를 싫어했다. 그러나 결국은 민아는 그런 말들을 하면서 어디든 잘 부딪혀보는 태도를 가진 어른이 되다.

그리고 민아 엄마는 민아가 가진 꿈을 응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그것이 민아 엄마의 사랑의 방식이었다. 민아는 결국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꿈이 있었으나, 그 꿈을 현실과 타협한다. 모방품을 그려내는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해든은 아버지를 좋아했으나 교감이 어려워 그 관계에서의 결핍이 컸다. 그래서 아버지가 몸담은 건설현장의 건물들, 즉 무너지거나 지어지고 있는 건물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아빠가 어릴 적 에버랜드에서 자신을 사랑스런 눈빛으로 사진을 찍어준 기억을 품고 산다. 그 기억으로 해든은 사진을 찍게 돼고, 동시에 에버랜드를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다. 유일하게 또렷히 남은 아빠와의 행복한 기억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사진 찍는 일)을 하게 된 계기이자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아빠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슬픈 기억이 된 것이다.

2.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얻으나, 서로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괴로워하기도 하는 우리들.


세 인물들은 함께 일을 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나, 동시에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 아름은 자신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다른 인물들의 자신감있는 모습과 비교하며 더 고통스러워한다. 민아는 자신의 현실 지향적인 가치관과 해든의 꿈을 좇는 태도를 보며 더욱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해든은 자신의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민아의 따뜻한 모습을 통하여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가끔 질투와 동경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환희가 되기도 고통이 되기도 한다. 세 인물들은 아직 자기 자신의 가치관과 여러 삶의 방식들이 확실히 자리잡지 못한 상태, 성장의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부족한 모습을 다른 이들을 통해 접하며 좋은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서로의 모습을 비교하며 더욱 괴롭기도 한다.


나 또한 나의 부족함을 더욱 크게 느끼고 나에게 없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동경하기도, 질투하며 괴로워하기도 했고 특히 나랑 가까운 사람들이나 비슷한 상태의 사람들로부터는 그러한 감정이 더 민감해지기도 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이 인물들이 시간이 흘러 본인의 모습-본인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좀 더 잘 인지하게 되고 상대의 모습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편안한 상태로 각자의 모습으로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이 되어감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3, 서로를 통해 자신의 세계가 확장하고 더욱 성장한다는 것.


무엇보다 이 인물들은 단순히 서로를 질투하는 것에서넘어서, 서로를 통하여 자신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다. 상대의 좋은 점, 배울 점, 사랑스러운 점, 그리고 안타까운 점(소위 단점)까지도 이해하고 그의 인생을 끌어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나 자신의 그러한 점 또한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름은 민아, 해든의 현실감각, 도전, 자기확신을 배웠다. 그들을 통해 자신이 이러한 것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직시하게 되었으며, 느리지만 그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다. 그리고 타인에게 지나치게 민감했던 민아가, 사진을 찍으며 오롯히 자기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름은, 민아의 뒷모습 사진을 아름담게 담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민아의 현실적인 셈을 하는 고단한 삶 속 강인함과 따뜻함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민아는, 아름을 통해 솔직하게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표현하는 관계들을 맺기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해든 또한, 아름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연습을 하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하여 더욱 힘을 얻고 나아가게 된다.


4. ‘따뜻하고 가벼운’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나 자신을 향한 ‘열렬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우린 누구나 어른이 되가며 누구를 지독히 동경하게 되기도 한다.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동경이기에, 아주 어릴 적에 했던 동경과는 다른 차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보통은 나에게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며, 그렇기 때문에 동경하면서도 괴롭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와 가깝고 소중한 누군가에 대한 동경은 때때로 더 아프다.

하지만 치열하게 아프면서도 결국은 스스로를 더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타인을 향한 동경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에게 순수하게 배울 점은 배우고 나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내면과 쌓아가는 사람이 되어가게 될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없는, 오로지 나만의 개성과 성장을 채워나가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다른 이들을 향한, 나를 갉아먹는 동경이 아닌, "따뜻하고 가벼운" 동경의 마음을 가지고 나 자신을 위해 "열렬하고 깊게" 살아가는 것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것만이 나를 채우고 바꿔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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