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이라는 주제로 쓰려했으나 '마흔살의 나 중간점검하는 글'로 마무리
2022년 5월1일.
5월의 첫 일요일이자 근로자의날이지만 나는 일을 하고 있다. 대단한 일중독자가 아니라 지난주까지 완성해야할 글을 다 못써서 이 화창한 주말에 나머지 일을 하는 셈.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반가운 안부 메일에 답장을 하고 거기서 생각이 뻗어나와서는 '내가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행복한 경험을 만드는 일이. 그 대상이 아주 가까운 사람일수록 너무나 확실한 기쁨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기록하려고 글을 열었다가 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요즘 내가 어찌 살고 있더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5월이 시작되었는데 지난 4개월을 어찌 보냈지? 라며 셀프 회고를 해본다.
세상에 쉽게 미혹되지 않는 나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나이 마흔이 된 나의 요즘 삶은 이렇다.
원래도 매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기는 하지만 독학말고 제대로 댓가를 지불하고 학생의 마음으로 배움에 열정을 쏟고 싶었다. 그리고 배움 자체로 그치지 않고 그걸 나의 현업이나 일상에서 제대로 써보이고 싶었다. 내 역량치를 한단계 레벨업하기 좋은때다.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인증받고싶다!!!!라고. 그래서 2월부터 시작한게 KAC 코칭 자격과정이다. 돈 쓰며 뭘 배우는데 인색한 편이고 뭘 또 하면 잘하고 싶어하는 탓에 그동안은 배움에 앞서 많이 재고 따지고 고민하는 편이었다. 코칭과정도 이미 3년전부터 이야기하면서 해야지해야지 했었는데 하고싶은 과정이 오프라인으로만 열려서 잠정 중단되어있어 시작을 못하다가 온라인과정이 열린다는 소리에 같은 회사 동료와 함께 덜컥 신청하게 되었다. 내가 즉흥적으로 뭔가를 확! 결정했다면 겉으론 그래 보이지만 사실 파고파고 들어가면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오던 것에 결심이 선 것이고 혹은 무언가 절실한 목적 하나를 달성하기 위한 대체 수단으로서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때 휴학, 어학연수나 인턴십 대신 국토대장정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하다. 어차피 취업을 할 나에게 지금 필요한건 어줍잖은 스펙이나 토익 성적보다 내가 어느 조직에 들어가든 낙오없이, 동료들과의 트러블 없이 그럭저럭 잘 견뎌낼 수 있다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고등학생 시절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니 쪼대로 살다가는 사회 부적응자 된다고 말했던 그 말이 나름 신경에 거슬렸었나보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듣고 나누는 일을 업으로 삼고 9년째 하고 있다보니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쌓였다. 면담, 상담, 잡담, 수다, 코칭, 멘토링 등등의 다양한 대화법을 구사하고 있는데 내가 이것을 비용을 받으며 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자꾸 올라왔다. 대학원을 더 다녀야하나, 어떤 방식으로 나를 더 단련해야 상대방은 물론 나 스스로도 내가 잘 하는 일이 이거야!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끝에 '코칭을 배워봐야겠다' 라고 결론내렸다. 앞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코치 내지는 조직문화 코치로서 방향을 잡고 우리 조직 (그게 회사든, 팀이든)의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고 가꿔나가고자 하는 리더분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게 응원하고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올 초에 인스타그램 앱을 지웠다. 주변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하고 그들에게만큼은 내 근황과 요즘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를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SNS인데 애초의 취지와 다르게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을 여기에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 없이 추가한 먹방 채널에서 멍 하니 남이 먹는걸 구경하고 여기에 달아놓은 댓글을 보며 사람들은 이걸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남의 생각 보는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근황을 알고 유용한 정보를 얻는데서 그치지 않고 몇 컷의 장면만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게 되기도 하고 남의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부러워하느라 내 일상의 하이라이트들을 놓치고 있었다. 하지만 느끼는 것과 그 행동을 조절하는 문제는 다른법. 남편과 아이들이 "또 인스타 보고있어?" 라는 말을 하는 빈도가 늘어나네~라고 느낄때도 그 행동은 쉽게 조절되기보다 정당화하려는 마음이 생겼었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다른 이유로 찾아왔다. 년초에 영어공부, 코칭과정, 중요한 발표준비 등 벌려놓은 투두리스트가 몰려오면서 내가 결심한 중요한 일들을 잘 해야지 이럴때가 아니야!라는 생각을 한 것. 막상 이게 없으면 어떨지 한달만 지워보자 했지만 석달이 넘도록 그 앱을 다시 설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때 안보던 유튜브 동영상에 가끔 빠지기는 하지만 ㅋㅋ그러다가도 다시 내 현실에 발을 딛고 이제 그만하고 가자! 라고 말한다. SNS를 시작한 그 마음은 사람들에 대한 궁금함때문이었는데... 방식이 그것뿐인건 아니었다. 거기서 벗어났더니 새롭게 찾아온 부수적인 즐거움이라면 '연주님 인스타가 뜸해서 근황이 궁금해 연락했다, 잘 지내냐~무슨일이 있냐며 먼저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는 즐거움이랄까?' 그중 한 분은 우리 팀 멤버이고 두 사람은 가까운 지인이다. 그러고보니 그 세분 모두와 최근 거리두기 전면 중단을 전후로 만나서 맛있는 밥을 먹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더 좋네^^
그동안 생각으로만 둥둥 떠다니던 계획들을 실행할 수 있게 수면위로 끌어올려주는 것. 이게 코칭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코칭 자격증 준비하는 과정은 이론 수업이 20시간 정도 되고 나머지는 다 실습으로 이루어져있다. 총 50시간 이상의 코칭실습시간을 채워야 필기시험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 덕분에 나는 예비 코치로서 또 반대 입장인 고객(코치이)로서 수십번의 코칭 실습을 진행해야만 했다. 안하면 안했지 영혼없이 의미없이 대충 하는 건 또 못참는 사람이라 매번 코칭실습에 나의 현실 고민을 들고가게된다.
1. 이런 나와 실습을 하는 파트너 코치님들은 내가 가져온 주제들이 15분 내에 코칭을 마무리하기엔 다소 크고 무겁다며 때때로 난감해 하시기도 했지만 주제 자체는 정말 흥미롭다며 개인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여주셨다.
2. 덕분에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실제 코칭을 받는 효과를 여러번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성과가 '가족문화 전문가'가 되겠다는 나의 향후 10년 목표 키워드이자 인생 키워드를 얻은것.
최근 코칭과 함께 나에게 운명같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야말로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은 일이었다. 딱 한달전인 4.1일 만우절에 회사에서 <일 컨퍼런스>를 진행했고 그 컨퍼런스의 연사로 참여하게 된 것.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마침 컨퍼런스 날이 내가 회사에 처음 출근했던 날이었던것도 소오름끼치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내가 9년전 이 회사에 채용 면접을 볼때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봉진님에게 받았던 질문을 떠올렸고 _Q. 연주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_ 그때 했던 답변을 내내 곱씹으며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일, 더 잘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일 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보았다.
A. 저는 언젠가 제 이름으로 교육이든 워크숍이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가족단위로 그 과정에 참여해서 과정을 통해 그게 부부관계든, 부모와 자녀관계든, 형제든, 고부 관계든 가족들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조직문화 담당자라고 불리우며 (나 스스로 전문가라 인정할 수 없어서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다) 조직의 소통& 존중 경험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거기서 쌓은 경험을 나의 울타리인 우리 피플실 멤버들과, 나의 제1의 공동체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더 실험하고 검증하고 있다. 또 그 실험과 검증을 통해 얻은 성공 내지는 실패 사례들 다시 또 다른 가족 공동체들, 우리 회사 안의 다른 팀들에게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22년 우리 가족안에서 실험중인 가족버킷리스트 만들기의 경험을 비롯한 '가족문화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 매거진 형태로 정리해봐야겠다! 라고 코칭실습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세웠는데 부디 잘 실천되기를 바란다. 자격증도 부디 꼭 따서 6월엔 그 기록도 남겨보면 좋겠다.
잊지 못할 2022년의 4월 잘가.
다시 올 수는 없겠지만 내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오래오래 기억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