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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Sep 21. 2021

좋아하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다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 당시 관람객이 3일만에 만 명을 넘는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아쉽게도 전시회는 가지 못했지만 연일 호크니와 관련된 영상/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물, 바다, 수영장 등에 관한 작품들을 좋아하고 실제로도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기에 호크니 작품들을 보면 알게 모르게 밀려오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있었다. 


호크니의 작품을 좋아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철학으로 그리고 기술을 활용해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 <혁신의 뿌리>를 읽으면서 호크니가 집중했던 '플라로이드적 인식'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이는 내가 그동안 잘 몰랐던 부분이어서 더 신기하게 다가왔었다. 


Dr. Edwin Land had just introduced the Polaroid to the world – Life magazine 


호크니는 카메라에서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깨달았던 순간이 찾아왔고 여러 실험들을 거쳐서 폴라로이드 합성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카메라야말로 내가 갑자기 깨달은 매체이다. 그것은 예술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공예도 아니고, 취미도 아닌, 도구이다. 그것도 아주 탁월한 드로잉 도구이다. 마치 내가, 다른 보통 사진작가들처럼 연필이 점을 찍는 데에만 사용되었던 오랜 문화의 부분이었다가,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1982


호크니의 폴라로이드 합성 작품을 보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작가가 있다. 바로 피카소다. 그의 폴라로이드 합성 작품은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들로 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호크니가 폴라로이드 작품을 만들었던 방식은 다음과도 같다. 폴라로이드 즉석 필름을 이용해 호크니는 퍼즐을 맞추듯 실시간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촬영하면서 콜라주를 만들 수 있었다.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제작 도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호크니는 폴라로이드 사진 기술이 가진 여러가지 특징을 예술적으로 풀어내었고 자신만의 색채를 씌울 수 있었다. 


David HockneySun On The Pool Los Angeles, April 13th 1982composite polaroid, 34 3/4 x 36 1/4 in.


호크니는 또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색깔과 관련해서 약간 이상한 효과를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사체와 사진 찍는 사람 간의 거리를 바꾸면, '색상에 강력한 효과를 낸다, 찍는 사람과 피사체 간 공기가 줄어들면, 색깔은 진해진다.'

<혁신의 뿌리>


David Hockney – ‘Mother I’ (1985) – photo collage


폴라로이드 작업 방식은 그에게 붓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다. 그는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로 드로잉하는' 것이라고 칭했다. 매 순간 그림을 그리듯 어떤 사진을 배열하고 찍을지 결정하면서 작업을 이어갔다. 호크니는 다 찍은 사진을 펼쳐 놓고 재배열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 마치 그가 회화 작업을 하는 것처럼 폴라로이드 사진기는 호크니의 작품 생산 도구가 되어 주었다. 


<혁신의 뿌리>에서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하여 혁신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하나로 결합될 수 있는지 멋진 통찰력으로 밝혀낸 책이다."

코넬리아 파커(세계적인 시각예술가이자 조각가, 설치예술가)


David Hockney (b. 1937), still from The Jugglers, June 24th 2012, 2012. 


예술과 과학은 오래 전 부터 서로 상호적인 작용을 통해 진화해 왔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탄생했다. 마치 폴리매스들이 과학, 예술,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능력을 갖춘 것 처럼 <혁신의 뿌리>에서는 이를 큰 역사적 네러티브로 표현해주고 있다. 과학 기술 분야에서의 독창성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알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서 탄생했는지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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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참고 <Aim, Shoot, Repeat: The Photography of David Hockney>, verfu fineart

https://vertufineart.com/aim-shoot-repeat-photography-david-hock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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