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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Aug 11. 2021

영화 리뷰 <호라이즌 라인>

비행기가 추락하는데... 황당무계한 상황에 실소만


마케팅 컨설턴트 사라(앨리슨 윌리암스 분)는 천국의 휴양지라 불리는 모리셔스에서 다이빙 강사 잭슨(알렉산더 드레이먼 분)와 연인으로 지내다 미래에 대한 생각 차이를 드러내며 헤어진다. 1년 후 런던에서 지내던 사라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모리셔스로 돌아와 잭슨과 재회한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결혼식이 열리는 섬으로 향하는 배를 놓친 사라는 잭슨과 함께 프레디(키스 데이빗 분)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레디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비행기가 추락하기 시작한다.


<죠스>(1975)의 대히트 이래 한정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는 관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았다. 최근작으론 < 127시간 >(2011), <올 이즈 로스트>(2013), <그래비티>(2013), <마션>(2015), <아틱>(2017), <에어로너츠>(2019) 등이 유명하다. 상어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 <언더 워터>(2016)도 제작비 1700만 달러로 월드와이드 흥행 1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망망대해 위 3000미터 상공의 조종사가 사망한 비행기에 고립되어 어떤 도움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을 소재로 삼은 <호라이즌 라인>은 <언더 워터>를 연출한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기획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각본은 지하의 고립된 공간을 그린 <클로버필드 10번지>(2016)를 작업한 매튜 스튜엑큰과 조쉬 캠벨이 썼다. 연출은 <콜 걸>(2012)로 토론토국제, 스톡홀름영화제, 본 스릴러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마이클 마키마인 감독이 맡았다.


<언더 워터>가 물 아래 상어의 위협을 받았다면 <호라이즌 라인>은 물 위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생존 위험을 다룬다. 사라와 잭슨은 먼저 조종사 없는 비행기를 조종해야 한다. 자칫하면 비행기는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만다. 다음으론 비상착륙을 위한 육지를 찾아야 한다. 바다 위에 착륙한다면 비행기가 그대로 가라앉아 상어의 밥이 되어버린다. 


육지를 찾기 위해 사라와 잭슨은 폭풍우를 뚫어야 한다. 어렵게 연결된 무전에서 사무엘(주메인 헌터 분)은 비상 착륙이 가능한 육지가 폭풍우 너머에 있으니 절대 방향을 틀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라와 잭슨이 어쩔 수 없이 폭풍우를 통과해야 하는 이유는 연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폭풍우를 통과하면서 기체가 손상되어 연료가 새버린다. 연료 보충을 위해 누군가 비행기 바깥으로 나가야만 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호라이즌 라인>은 분명 흥미로운 콘셉트를 가진 제한된 공간의 스릴러 영화다. 그런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지나치리만치 황당무계한 탓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사라와 잭슨은 마치 < 007 >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에단 헌트처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위기를 돌파한다. 비행기 조종은 물론이고 화학, 물리학, 공기역학 등의 과학적 논리 따윈 가볍게 무시한다. 


도리어 너무나 비현실적인 전개를 뻔뻔하게 보여주는 통에 웃음이 터질 지경이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장면이 리얼하게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마이클 마키마인 감독의 말은 웃자고 날린 농담이란 생각마저 든다.


<호라이즌 라인>은 현실적인 재난 영화, 각본의 탄탄함으로 평가한다면 낙제점에 가깝다. 반면에 비현실적인 액션 스릴러로 본다면 꽤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때론 웃음도 주는 킬링타임 무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말이다.  



<겟 아웃>(2017)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 로즈 아미티지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앨리슨 윌리암스와 넷플릭스 시리즈 <라스트 킹덤>에서 주연 우트레드 역으로 친숙한 알렉산더 드레이먼의 캐미스트리도 제법 괜찮다. <호라이즌 라인>은 아드레날린의 분출과 재난 생존 장르의 즐거움을 갖춘 B무비로선 전혀 손색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비행기란 제한된 공간, 여성 주인공이 중심이 된 서사란 유사한 설정을 다룬 <섀도우 클라우드>(2020)와 비교해봄 직한 구석도 있다. <섀도우 클라우드>가 철저히 여성주의 시각으로 위기 극복을 묘사했다면 <호라이즌 라인>은 서로 다투던 여성과 남성이 위기 상황에서 힘을 합치며 마침내 사랑을 완성하는 결말에 도착한다. 마치 지금 시대의 B급 재난 장르가 여성을 중심으로 다루되 진보적 수렴과 보수적 수렴을 각각 보여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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