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만큼 음식을 맛있게 못한다. 아마 평생가도 엄마처럼 맛있게 요리를 못할거 같다. 엄마가 힘들 때는 내가 대접해드리면 좋으련만...
너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문득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 왜이렇게 마음이 찡할까..
엄마의 요리는 죽은 자를 살리는 예수님과 같은 음식이다. 내가 입맛이 없어 잘 못먹을때 엄마가 한 음식을 먹으면 그 죽었던 입맛도 바로 살아난다. 도망간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기막힌 엄마의 손맛, 우리엄마의 요리
엄마의 요리 = 정성 * 1,000퍼센트
엄마는 요리할 때 정성의 정성을 들여 하신다. 엄마의 요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건 100퍼센트 아니 1,000퍼센트의 정성으로 준비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의 모습을 회상해보면 엄마는 항상 요리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계셨다. 시금치를 다듬고 있던지, 텃밭에 물을 주고 있던지, 수시로 김치를 담그고 계시던지 말이다.
아무리 손맛이 좋아도 재료가 형편없다면 음식 맛이 좋을 수 있을까?
엄마는 재료부터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뭐든 손수 만드시고 기막힌 손맛까지 더해지니 그 음식들이 맛없을 수 없었다. 엄마는 고추장, 된장을 손수 만드시는 건 기본이고, 마늘도 일일히 까서 갈았다. 심지어 순대와 묵까지 직접 만드셨다. 내가 왜 1,000퍼센트의 정성으로 요리한다고 했는지 이제 이해될 것이다.
노력하는 자 위에 즐기는 자
엄마는 항상 즐기며 요리를 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니 신기해서 나는 어느날 이렇게 물었다.
"엄마는 음식을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라고 물으니
엄마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대답하셨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이거 저거해보며 요리 노하우를 알게 되었어.
엄마 세대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솔직히 외할머니는 엄마보다 요리 실력이 안 좋은다.
엄마는 이거 저거해봤다고 간단히 말씀하셨지만,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셨을까?
요리하는 게 힘들고 어려웠겠지만 엄마는 재미있어 하시고 즐겼기 때문에 지금도 하루종일 다듬고 요리하시는 거 같다.
그럼 엄마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식재료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요리했을까?
나는 요리하면서 세팅에 더 힘을 주어 예쁘게 사진찍었다. 그리고 SNS에 올리는 재미에 요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엄마는 SNS를 하지 않으니 요리해서 자랑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떠버리고 다닐일 도 없다. 엄마는 상다리 부러지기 일보직전으로 거하게 차리시고 본인은 요리할 때 집어 먹어 배부르다며 잘 안드신다. 엄마는 오로지 우리 가족을 위해 그렇게 정성들여 요리하시는 것이다. 엄마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가공식품과 배달 음식은 거의 주문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치킨과 중국 음식을 먹는 날은 우리집 파티하는 날이었다. 또 가공식품을 먹는 날은 김밥에 햄이 들어가는 소풍날이나 엄마가 아프셔서 요리 못하는 날이다. 그렇지 않고는 거의 365일 야채, 해산물과 육고기까지 5대 영양소 팍팍인 식단으로 집밥을 해주셨다.
아빠의 자존심은 엄마의 집밥으로 쑥쑥 올라가다.
엄마의 집밥은 아빠의 자존심이었다. 아빠의 친구분들이 집에서 모일 때면 엄마는 상을 차리지 않고, 식탁에 음식을 그냥 두었다. 엄마가 힘들어서 식탁에 그냥 두었을까? 아니면 아빠랑 다투셨나?
사실 엄마는 상에 놓기에는 많은 음식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페처럼 드시라고 손님들에게 접시를 나눠 주셨다. 집안에서 손님들이 접시들고 서있던 모습을 다시 회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빠의 친구분들 중에 엄마처럼 이렇게 대접하는 분이 없었다. 그리고 엄마가 한 음식을 먹어보더니 하나같이 다 맛있다고 칭찬하니 아빠의 어깨가 귀까지 올라갈 수 밖에~!
엄마는 단순히 요리만 한게 아니라 아빠의 기를 높여주시기 위해 몇일을 걸려 준비하신 거였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가방 내놓으란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어서 거의 95% 이상이 그 중학교로 배정된다. 그런데 나는 지하철로 열 정거장이나 되는 거리의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같은 반의 친구들은 걸어서 통학하는데, 나는 스쿨 버스로 먼길을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엄마는 그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돈까스, 계란덮은 김밥 등 고칼로리 음식들을 준비해 두셨다. 중학교가면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혼해서 남편이 나의 중학교 때 사진을 보게 된것이다. 그 이후 남편은 올커니 싶어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엄마 핑계를 댔다. 나의 식욕을 탓해야 하는데 말이다. 엄마가 너무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내가 살이 쪘다고~! 이건 무슨 말인지 똥꼬인지, 이런 말을 또 어떻게 엄마한테 할 수 있지? 물에 빠진 사람 힘들거 건져줬더니 내 가방 내놓으라고 호통치는 꼴이다. '엄마! 나는 결혼해서 애도 낳았는데, 아직 철이 안들었나봐요.'
엄마가 해준 집밥 덕분에 학창시절 감기도 거의 안걸리고 건강히 지냈다. 이제와서 고백해봅니다. 엄마 고맙다고. 많이 많이...
내림 요리 내림 사랑
나는 엄마한테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데, 나의 입맛은 엄마가 요리한 음식 맛을 기억했다. 그래서 요리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요리가 두렵다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주면 다들 맛있다고 잘 먹으며 레시피도 물어보곤 했다. 엄마의 요리덕분에 나는 큰 노력없이 요리할 수 있 되었으니 엄마에게 감사하고 감사해야 한다.
엄마는 단순히 가족을 위해 한끼를 준비한게 아니라 표현을 잘 못하는 엄마에게 요리란 진한
사랑 표현이었던 것이다.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으니, 우리 아들에게 친정 엄마처럼 가족의 마음을 채워주는 요리를 해야겠다. 사랑이라는 양념을 팍팍 넣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