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항상 승리한다(The Money Always Wins)’
- The Atlantic
오픈AI 이사회로부터 축출됐던 샘 알트만이 다시 오픈AI CEO로 복귀되자 해외 미디어 디아틀란틱(The Atlantic)이 낸 기사의 제목이다.
오픈AI 사건을 잠시 정리해보면,
지난 11월 17일 오픈AI 이사회는 샘 알트만을 해고했다. 이사회가 샘 알트만을 해고했다는 소식은 오픈AI 투자자, 심지어 MS도 몰랐던 내용이었다. 직원들도 물론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 중 한명이자, 오픈AI의 창업자였던 샘 알트만의 해고는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었다. 며칠 간의 소동이 있은 뒤 샘 알트만은 5일만에 다시 오픈AI에 복귀하기로 결정됐다. 그리고 샘 알트만을 내쫓았던 오픈AI 이사회도 새롭게 구성됐다.
이사회가 샘 알트만을 해고했던 이유는 생성AI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할지, 그리고 AI를 상용화하는 방법 등과 관련해 이사회와 의견 충돌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마디로,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는 AI를 인류의 안전을 위해 개발 속도를 조금 늦추고 상업화를 늦출지, 아니면 지금 속도대로 빠르게 기술 개발을 하고 제품 상용화를 할지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기업들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오픈AI는 일반 기업과는 약간은 다른 구조를 갖고 다른 이유에서 설립됐다.
오픈AI는 AI 기술 악용을 막고 사회에 우호적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에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이 2015년 설립한 비영리조직이다. AI를 개발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해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걸 목표로 한다.
이러한 오픈AI 설립 당시의 목적과 취지를 보면, 샘 알트만의 축출로 비롯된 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오픈AI는 특정기업이 AI를 독식하고 남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인류를 위해 설립된 초기 목적과는 달리 지금은 MS와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화를 달성한 후에는 수익 창출을 하지 않는 등의 오픈AI 내에 조건이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오픈AI와 MS를 동일시 보는 시각도 있다.
오픈AI의 초기 멤버였던 일론 머스크가 이러한 오픈AI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샘 알트만의 해고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오픈AI의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제자다. 제프리 힌튼은 딥러닝 선구자로 구글의 인공지능연구팀에서 올해 5월 퇴사했다. 제프리 힌튼은 구글이 AI 안정성은 안중에 없다고 비판했으며, 인공지능 개발 일시 중단 성명서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제프리 힌튼과 마찬가지로 일리야 수츠케버도 AI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을 같이 한다.
이들이 이렇게 AI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를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보며 조금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월터 아이작슨이 지은 <일론 머스크>에는 관련해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일론 머스크의 대화가 나온다.
“래리 페이지는 언젠가 기계가 지능 수준, 심지어 의식 수준에서까지 인간을 능가하게 된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 그의 반론이었다. 진화의 다음 단계일 뿐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인간의 의식은 우주의 소중한 불꽃이며,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페이지는 그런 정서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식이 기계에 복제될 수 있다면, 그 역시 인간의 의식만큼 소중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중략)
래리 페이지는 머스크가 자신의 종만 편향적으로 우월시하는 ‘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오픈AI가 인류를 위해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특정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도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 AI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성능이 뛰어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이는 곧 돈이다. 그리고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 또한 돈이다.
어쨌든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이 꾸준하게 투자를 해주지 않는 이상, 또는 오픈AI 스스로 사업적 성공을 하지 않는 이상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오픈AI의 임직원이 700여명이 된 이상 오픈AI의 철학만으로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넘어가는 순간 새롭게 채용되는 직원들은 오픈AI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하기 보다는 다른 이유에서 들어오기도 한다.
아직까지 AI는 엄청난 수익성을 가져다주는 단계는 아니다. 여러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며 기부금 형태로 투자를 받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투자도 어느정도 한계는 있다.
즉, 오픈AI를 계속 유지하고 일부 기업이 AI 개발을 독점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결국엔 AI의 기술을 갈망하는 기업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샘 알트만은 이러한 상황의 오픈AI가 자금 걱정을 덜 수 있는데 기여했으며 기술력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샘 알트만이 해고됐을 때 오픈AI의 직원들도 다시 샘 알트만이 복귀하기를 원했고, MS를 포함한 투자자들도, 그리고 챗GPT를 본 시장도 샘 알트만을 다시 원하고 있었다.
AI가 인류를 위협하거나 특정 기업이 독점할 우려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다같이 AI 기술 속도를 늦추자는 주장은 이상적인 주장에 그치며 어쨌든 오늘도 누군가는 AI 개발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의 위협이 있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한번 작동하기 시작한 특정 테마는 미래의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멈출 수 없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과 투자자가 중심이기 때문에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도 돈이 승리하게 된 것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