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최고치 대비 40% 하락.. 머스크의 정치 참여가 문제
작년 연말 사상 최고치 488.54달러를 기록했던 테슬라주가가 지난 9일(현지시간) 295.88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약 40% 떨어진 수치죠.
올해 상반기에 주가 하락에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정치 참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요,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그동안 머스크에게 우호적이던 투자자와 테슬라 고객들이 머스크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으면서 기업 경영에 소홀하다는 우려도 있었죠.
지난 5월 머스크가 정부효율부 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자 주가는 반등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했죠. 그런데 지난 7월 5일 머스크는 또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미국의 새로운 정당 ‘미국당(America Party)’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7월 7일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680억달러(약 93조원)가 증발했습니다.
지금 테슬라는 상황이 좋지 않아요.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전기차 판매 부진,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은 로보택시 등 여러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에 비판하며 창당을 선언했고, 머스크의 의지는 단호해 보입니다.
미국의 유명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부사장은 테슬라 이사회에게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X를 통해 언급했는데요, 여기에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답합니다.
“Shut up, Dan (닥쳐, 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가 ‘군주정’과 ‘인종 서열’을 주장해온 극우 블로거 커티스 야빈에게 창당에 관해 자문을 구했다고 하죠.
머스크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인데요, CEO의 정치 활동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1) 정책적 불이익 가능성
2021년 델타항공은 미국 조지아주 투표권 제한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후 주정부로부터 3500만 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박탈당할 뻔 했습니다. 디즈니도 플로리다주의 일명 ‘Don’t Say Gay’ 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후, 주 정부와 2년 넘게 법적 다툼을 벌였죠.
2) 기업 이미지 및 소비자 신뢰 하락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혁신’과 ‘친환경’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러한 이미지와 반대되는 트럼프를 지지하자 테슬라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반발을 했죠. 급기야 유럽에서는 테슬라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머스크의 정치 참여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혁신가들의 ‘우상’이었던 머스크가 전 세계 ‘밉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3) 경영 공백 문제
CEO가 정치에 발을 들이면 기업 운영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뿐 아니라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인공지능 기업 xAI 등도 경영하고 있는데다 정치 활동까지 하면 그의 시간과 집중력은 더욱 분산됩니다.
아무리 머스크가 워커홀릭에 두뇌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집중의 한계는 존재하니까요.
이렇듯 기업인들의 정치 참여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테슬라처럼 CEO의 이미지와 기업가치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경우, 리더십의 흔들림은 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이 됩니다.
그래서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았을 때도 투자자들은 반대를 했었는데 이제 창당까지 한다니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런 질문도 가능합니다.
“만약 머스크가 창당을 통해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지게 되면,
테슬라에 유리한 일 아닐까?”
테슬라의 사업인 전기차, 자율주행 등은 모두 미래 혁신 산업군으로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사업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동차는 안전 이슈가 크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로 규제에 따라 기술 상용화 속도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서 모두 높은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을 내는데까지는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많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차량 구매 지원금이나 기술 투자 지원금 등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기업 성장에 큰 동력이 됩니다.
만약 머스크가 창당에 성공해 미국 의회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테슬라에게도 분명 유리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원 2~3석, 하원 10석 가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3당으로서 법안 통과의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정치 구조상 제3정당 창당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3정당 창당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170년간 유지된 미국의 양당제 특성상 제3정당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미국의 ‘승자독식 선거제’ 때문인데요, 미국의 각 주에서 최종적으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제도입니다. 주에서 1위 후보가 주 전체 선거인단의 표를 가져가는데, 제3후보가 주에서 승리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마다 정당 등록과 후보 출마 요건도 모두 달라서 후보 등록 과정도 까다롭죠.
이런 구조적 한계로, 현재까지 미국은 양당제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기업인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기업인의 리더십과 정치인의 리더십은 다르기 때문이죠.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효율성, 위기 관리, 의사결정입니다. 이를 위해 전략적 비전과 운영 전문성, 결과 지향적 사고방식이 중요하죠. 이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좋은 성과를 냅니다. 기업의 목표죠.
하지만 정치는 다릅니다. 정치의 목표는 성장이 최우선은 아니죠. 때로는 비효율적인 결정도 해야 합니다. 소수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도 하고요.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형평성을 따져야 하죠.
또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도 기업과 정치는 다릅니다. 기업에서 CEO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주변의 반대 의견도 있고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정치에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더군다나 테슬라처럼 일론 머스크가 대주주이자 대표 경영인으로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의 ‘설득’의 요소가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만 표를 얻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죠.
성공한 기업인이 의외로 정치판에서는 고전하는 이유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가 잠깐 정치에 참여했다가 다시 테슬라에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CEO가 정치활동을 했다가 다시 기업으로 복귀해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유일하게 꼽히는 인물이 있다면, 블룸버그를 창업자이자 전 뉴욕시장이었던 마이클 블룸버그입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블룸버그를 창업하고 20년 동안 회사를 성장시킨 후에 정치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제 성장을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힘으로 성장한 기업에서 머스크가 다른 곳에도 집중을 한다면 테슬라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전기차, 자율주행 등 기술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는 시장에서 CEO의 집중력은 필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건은 머스크가 정치에 얼마나 발을 들이고 다시 기업에 집중할지입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테슬라의 공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게 되겠죠.
현재 테슬라는 악재가 쌓여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부진한 상황입니다.
우선 전기차 판매 저조 문제가 있죠. 상반기 중국 내수 시장에서 약 26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작년보다 5.36% 감소한 수치입니다.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수준의 할인과 행사를 진행했는데도 말이죠.
미국에서도 6월 판매량은 작년 6월에 비해 29.5% 감소했으며 8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9월말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예정이기에 테슬라의 매국 판매는 더욱 부진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미래를 이끌 자율주행 기술은 어떨까요?
테슬라는 지난 6월 22일부터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모델Y 10대를 활용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일부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과속이나 중앙선 침범 등의 문제는 있었고 전문가들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정확성과 신뢰성은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 웨이모도 자율주행택시를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고정밀 지도가 있는 제한된 구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한 것과 달리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조금더 넓은 범위에서 운행을 하고 있죠.
테슬라는 머스크의 정치 뉴스만 보면 ‘매도’하고 싶고, 기술 성장만 본다면 ‘매수’하고 싶은 기업입니다.
핵심은 머스크가 정치와 기업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 자율주행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을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