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인은 사적 이익을 좇으면 안되는가
20여 년을 학생으로 살아온 나는 얼마 전 직장인이 되어 사회로 '짠'하고 나왔다. 신상 사회인으로서 자연스레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쌓게 되었고, 직장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나 사사롭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는 조금 덜 사사로웠다. 산골짝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그저 별똥별이 떨어진다하면 와-하고 나가 별이나 세며, 상투적이지만 '갖기'보다는 '두고 보는' 즐거움을 먼저 터득했다. 상경 후,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산골짝의 여유를 잊지 않기 위해 하늘을 자주 바라보는 신입생-복학생-취준생-신입사원의 변태를 겪었고, 이런 학창시절을 통해 앞으로의 비행의 동력이 될 가치 판단의 기준을 쌓아 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 가치 판단의 기준! 각자가 기준 짓는 가치에 관한 우선 순위. 이를 동력으로 직장인들은 일을 한다. 나의 경우 삶의 여유를 우선시하는 회사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헌데 다른 회사원들의 그것을 살펴보니 각자 달라도 너무 다른 기준을 가지가 있더라. 오로지 돈이라든지, 삶의 여유라든지, 원하는 직무라든지. 예컨대 같은 도로를 질주하고 있지만 그 연료가 휘발유거나 LPG거나 혹은 전기를 사용하는 다른 자동차들의 레이스. 그렇게 직장인들은 함께 일하며 사사로워져간다.
이러한 생각을 요즘 하다보니, 정치인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다. 정치인도 분명 직업일 뿐이다. 각자의 목적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사사로운 직장인. 주변의 직장인들을 살펴보자. 출근을 해서 기안을 올리고, 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고, 여유를 부리다가 막판 버닝 후 퇴근을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사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업무에 더욱 신경을 쓰고, 야근 수당을 위해 일거리가 없음에도 8시까지 자리를 지키다 퇴근하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레 이직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 사적인 이익을 좇는 직장인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도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이 일반적인 직장인들보다 더 꼿꼿하고 금욕적이어야 할 이유는 사실 없다. '직장인 개인이니까.'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나 듣는 당신은 성질이 뻗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 공익적인 가치를 나 몰라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치인의 청렴함과 도덕성은 직업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직업적 이해 관계가 '특별히' 전 국민과 닿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정치인의 청렴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이해 관계란 말이다. 그들의 회사 생활 속 모든 상사, 협력업체, 계열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은 결과적으로 공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직업은 사사로운 것이기에 정치인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나브로 사사로움에 조금씩 말려들어 가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업무 능력이 얼마나 공익적인가로 직결 평가된다면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이해 관계자들(국민 개인)이 피평가자의 공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크은 문제다. 일반 회사원들의 업무 능력은 수치적인 성과로 아주아주 명확하게 평가된다. 회사원 개인들도 그 무서움을 체감하며 지금도 열심히 야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다다르자 정치인들을 바르게 만드려면 뭐가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회사원이 되고나니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서글프다.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일텐데, 어릴 적 그렇게도 많이 보았던 별똥별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내가 변했기 때문인 것만 같다. 그때처럼 순수하게 즐거울 일이 이제는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야근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로또 오천원 어치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