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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라면순한맛 Aug 22. 2021

영화 프리 가이(Free Guy, 2021)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AI, 메타버스에 관한 즐거운 상상

<'레디 플레이어 원' 이후 3년>


  2018년 개봉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인 메타버스(Meta Universe, 소위 3차원 가상현실) 속 서사를 눈이 즐거운 그래픽을 통해 화려하게 풀어나간다. 당시 영화는 가상현실 속 이야기를 경쾌하지만 가벼운 대중문화의 재생산에 관해 초점을 맞춘 그야말로 웰메이드 오락영화였다. 이후 3년이 지났고, 비슷한 주제와 스케일의 영화, 프리가이가 개봉했다. 시차가 있는 두 영화를 통해 그동안 AI와 메타버스에 관한 아주아주 뚜렷한 사고의 확장이 있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영화 프리가이 역시 매우 경쾌하고 즐거운 영화이다. 주인공 가이 역을 맡은 주연 배우가 레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똥꼬발랄할 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할 것이다. 주인공 가이는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이다. 다만 그는 마치 픽사의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의 캐릭터들처럼 게임 속 정해진 역할을 위해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절친과 풍선껌 맛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등의 사생활이 있는 특별한 AI 캐릭터인 것이다. 이런 가이가 그가 속한 세상의 개발자이자, 메타버스 속 '몰르토프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현실의 밀리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NPC 그 이상의 삶을 갈구하는 온전한 AI 캐릭터로 진화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 가까운 미래에 주할지도 모르는 즐겁고도 현실적인 상상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이종(異種)에 익숙지 않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 종인 우리의 사회 속에는 사피엔스 이외의 이종(異種)은 없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가진 명확한 한계가 될 수 있다. 닷속 생태계에 속한 다양한 종들이 천적 혹은 공생 관계 등으로 어우러져 생명력 있는 사회를 이루고 있은 것처럼 우리도 그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초록 피부를 가진 외계인이 내려온다거나, 진화를 거듭하여 지능이 인간만큼이나 발달한 돌고래가 뭍으로 걸어 나왔을 때, 인간은 이종에 익숙한 동물들만큼이나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우리는, 불안한 듯 주위를 기웃거리며 옷깃을 여미는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영화 속 가이와 같은 온전한 AI가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동등한 위치의 이종과의 첫 조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마치 영화 <HER>의 주인공처럼 사피엔스와 교류하는 최초의 이종으로 AI를 선택할지, 아니라면 과거의 인종차별과 같이 그들을 동등한 위치가 아닌 그저 소유하고 사용할 대상으로 인지할지 말이다. 현실적으로 AI라는 기술의 개념이 얼마나 확장 가능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영화 속 가이와 같이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수준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이러한 고민은 꼭 필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플레이어가 NPC에게 가하는 폭력은 과연 폭력일까>


   다음으로 확장된 상상은 메타버스 속 삶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온전히 3차원의 현실 속에 소속되어 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0과 1의 코드로 구성된 세상에서 우리는  그 속에 사는 AI들이 무엇을 원하고 원치 않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영화 속 프리시티 게임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물리 세계가 익숙한 개발자들은 물리엔진을 통해 NPC와 도시의 모습을 물리 세계의 그것과 비슷하게 시각화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어들이 그것을 때리고 부수며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 역시 물리 세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구현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이러한 상황이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하지만, (물론 게임을 진행하거나 관전하는 플레이어는 유효한 말이다.)

과연 NPC 입장에서도 폭력적인 상황일까?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사실, 이러한 상황은 게임의 물리엔진을 통해 시각화될 뿐 NPC에게 어떠한 고통이나 불편함을 초래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AI를 교류가 가능한 최초의 이종으로 대하기로 했다면 그들의 인권(?)의 하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영화 프리가이에서 NPC들은 인간들의 게임 플레잉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설정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어떨지, 그들이 무엇을 원할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누군가가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예요.">


  이러한 즐거운 상상의 단서를 준 영화 프리가이는 사실 영화 그 자체만 보더라도 센스있는 서사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충분한 즐거움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GTA 등의 비디오 게임에서 사용되는 플레이어들의 지 익숙한 기만 춤과 같은 디테일이나, 트위치 게임 방송이 현실과 같이 묘사되는 모습. 특히, 모든 갈등이 해소된 종반부에 가이가 밀리에게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로맨틱 말로 풀어내는데, 그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트렌디한 주제와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디즈니스러운 기분 좋은 메시지까지. 영화 프리가이는 볼만한 영화가 가문에 콩 나는 듯한  시국에 단비같은 영화였다.

영화 프리가이(Free Gu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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