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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배 Jun 28. 2019

시간강사로 정년 하기-1

종강을 하며

대학은 3월 2일 개강해서 6월 중순 종강한다.  대략 100 일 정도다. 개강할 때는  아직 겨울이라 춥고 해는 늦게 떠서 출근길이 어둡다.  봄에는 감기 걸린 학생들이 많아서 수업 중에 기침소리가 많이 들린다. 기말이  가까워지면 기침소리는 잔잔해지고 강의실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들어온다. 시간 강사는 여러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다. 황토색 논두렁이 푸른색으로 바뀌고 다시 노란색으로  바뀌는 자연의 변화를 실감한다.


학기 초 의욕적이었던 학생들이 종강 때쯤에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되어 다.  어느 심리학자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가장 졸린 낮 시간이 2시 20분이란다.  심리학자들은  별걸 다 연구한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흥미를 . 내 전공인 고체물리학은 일 년 동안 많은 연구 논문이 발표되지만 관심 있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심리학자들이 부럽다. 연구자도 재밌고 일반 대중들도 흥미 있어 좋아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현실 세계를 이끄는 원동력은 자연과학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 중에 학생들이 잠을 자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 봤다. 중세 수도원에서 했던 수행법인데 수도사들이 며칠 간의 수행을 시작할 때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씩 준비했다고 한다. 그 항아리에 들어 있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기도를 하는데 , 수도사들이 졸지도 않고 기쁜 마음으로 수행을 했다고 다.  항아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커피이다. 우리도 강의실 앞에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씩 두고 수업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만큼 커피를 담아준다. 그러면 수업시간에  졸거나 지루해할 학생은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출석은 커피 잔으로 대신하면 된다.  괜찮은 아이디어 아닐까!


종강 때쯤이 되면 자연스럽게 학기 중에 기억에 남을 일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종강 때 학생들의 출결석을 개별적으로 알려준다. 그중에는 결석을 하고서 하지 않았다고 하는 학생도 있다. 물론 내도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출석을 부르고 결석 표시된 학생  이름을 다시 호명하여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결석을 4번이나 하고서 결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을 하는 학생 표정이 뭔가 이상해 보였다. 계속 겸연쩍은 미소와 뭔가 숨기고 싶은 표정이었다. 말도 잘 못 알아듯는 한 인상이다. 출석부를 다시 봤다. 그 학생 이름 뒤에 동그라미가 있다. 이런 경우 학생 신상이 좀 다른 경우이다. 외국인 학생이거나 장애학생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혹시 외국인 학생이냐고. 조금 망설이다가 자신은 청각장애 1급이라고 했다. 굉장히 수줍은 듯 창피한 듯 보였다. 귀에 듣는 장치를 이식해서 다고 다.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늦게 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결석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각했다고 분명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교수에게 얘기하는 것을 피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학생들은 자기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한다. 선생이 학생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것인가? 그래서  그 학생의 얘기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결석을 지각으로 바꾸어 주었다.


퇴근하면서 나만의 종강파티를 다. 보통은  학교 식당이용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외식을 한다. 그래서 밀면 전문 식당에 갔다. 그리고  밀면을 시원하게 한 그릇 먹었다.


이렇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긴 방학에 들어간다. 이번 방학에는 연구도 좀 하고 여행도 좀 하면서 부지런히 살아보리라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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