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영주 Oct 30. 2021

숙소에서 일본 할아버지 두분을 만났다



산티아고 길에 숙소에서 일본 할아버지 두분을 만났다


이 길위에 쉐프라고 자자한 명성을 가진 오빠가 가다가 만난 두 일본 할아버지는 우연히도 한국인들이 가득찬 식사 자리에 초대 되었다. 두분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셨고, 다들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불편한 자리에 초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당시 나는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지대 했다. 여느 그당시의 고등학생 친구들처럼 pnp에 한가득 일본드라마를 찾아 보았고, 자연스레 제2외국어도 일본어를 선택했다. 우연히도 처음 해외 여행도 가족과 함께한 일본 일주여행이었고, 그 특유의 무채색의 공기 또한 좋아했기 때문에 성인이 되서도 꾸준히 언어를 배워왔던 것 같다. 산티아고 길을 걷기 전까지 꾸준히 회사내 일본어 수업을 들을 만큼 관심은 꾸준했지만 딱 관심정도의 수준이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는 모르겠다. 호기롭게 다가가 일본분이시냐고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이리저리 술김에 이야기했던 것 같다. 물론 엉망이었겠지만 영어와 한국어를 전혀 모르시던 두분은 나를 굉장히 반가워 하셨던 것 같다. 문득 언어의 힘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두분은 60대 정도 되신 친구분이셨는데 은퇴하시고 오랜시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자 친구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게 됬다고 하셨다. 그때 당시에도 나이가 지긋하셨는데 20대 후반이었던 내가 이렇게 힘든데 그두분은 어떨까 존경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 자리에서 메일주소를 건네 받았고 일정이 갈려 서로 보지 못하여도 몇마디 더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맛있는 타파집이 있다고 공유해주기도하고 내가 그린 그림도 사진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진귀한 경험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의 결말은 부끄럽게도 그렇게 우리가 상상한 대로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산티아고 길에서 걷다보면 꾸준히 그 길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날도 지쳐 숙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같다. 늦은 오후였고, 잠결에 나를 부르며 깨우는 소리를 들었다. 욘주상~ 끊임없이 부르는 소리에 그만 짜증을 내버렸다. 나에겐 그냥 좀 더 잠이 자고 싶었고, 찰나의 단잠을 망친 불청객이 였을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아는 얼굴과 반갑게 인사하고 싶었을텐데 어지간히 화를 내는 나의 모습에 조금은 당황하신것 같아 보였다. 그 뒤론 나에게 말을 걸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