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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니 Hani Kim Aug 14. 2023

[모녀유럽여행] #23. 루체른에서의 24시간

본 여행기는 실시간 끄적인 휴대폰 메모장

빡빡한 패키지 일정에도 포기하지 않은 밤 일기로부터 글감을 제공 받았습니다.

개인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여행기임을 밝힙니다.



빈사의 사자상 - 카펠교 - 유람선 투어 - 리기산



하루에 이 모든 스케쥴을 소화하는 것이 바로 K-패키지투어....

여행의 2/3쯤 되었을까.

엄마의 꿈이었던 스위스 땅을 밟고 있었다.

근데 이제 '고산병'을 곁들인..


스위스 첫 째날. 융프라우에서 속이 울렁대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다음 날 바로 또 '산'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설마 또 고산증이 오겠어? 걱정하며 애꿎은 멀미약을 털어넣었다.


지금의 나라면,,

"고산증 약 먹고 행복하게 꼭대기 찍고 오겠습니다. 제발 스위스 보내만 주세요."하겠지만

이 날 아침, 거짓말 1도 안보태고 딱 이랬다.

"와, 빡센데..?ㅎ 또 산..을 간다고요?"


하루만에 산이 질려버린 상태였다.

(가이드님. 죄송한데 저 호텔에 그냥 버려주시면 안될까요?

이런 말이 절로 나올만큼 전날 고산증이 심했음)

그래도 뭐 어떡해.

여기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유럽인 걸..?



빈사의 사자상(Lion Monument)

1792년 프랑스 혁명에서 마지막까지 루이 16세를 지킨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작품


1821년 덴마크의 조각가 베르텔 토르트발젠(1770~1844)이 기획하고 루카스 아혼(1789~1856)이 1824년 완성한 작품으로 스위스 루체른에 세워졌으며 1792년 8월 10일 봉기 당시 튈르리 궁을 지키다가 단 한명도 남김없이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근위대를 기리는 조각이다. 사진으로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저래봬도 길이 10m, 높이 6m에 달하는 대형 조각. (출처: 나무위키)


루이 16세의 후퇴하라는 서신을 제때 받지 못해, 스위스 근위대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전쟁 중, 끝까지 버티며 항복을 외치지 못했던 것은 항복 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믿어도 결국 살해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참전용병이 가난했기 때문에, 용병이라도 되어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다는 것.

적어도 항복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명예롭게 싸워야, 후대의 자기 자식들도 용병 정도는 될 수 있으니 버틴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사자상은 실제로 봤을 때,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동물 조각상에 슬픔이란 감정을 잘 담은 것이 신기했다.


(분위기 체인지!) 루체른 거리에 도착했다.

패키지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자유시간이 적다는 것.

약 50분 정도의 자유시간이 주어질 때, 원하는 것을 누려야 한다.

나중에 유럽여행에 가게 된다면, 꼭 시간의 구애를 덜 받고 머물고 싶은 장소에 더 머물어야지.



루체른에서도 시계 스토어가 많았다.

네이버에 당장 롤렉스 시계 검색하면 2-4천만원이다. 대체 저걸 어떻게 손목에 끼고 다닌다는 거지?


유럽감성 낭낭한 목조 다리, 카펠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나무 다리로 유명한 카펠교.

스위스 여행 브이로그에서 많이 봤는데, 내 눈 앞에 바로 있어 신기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다리 끝까지 걸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섰다. (아쉬워 눈물퐁퐁,,)



유람선 타기 전, 친해진 아주머니가 초콜릿을 주셨다. (냠)








바로 앞 베이커리에서 프레첼도 먹었다 (냠)

특별한 맛 아니고, 그냥 소금 프레첼이었음



루체른에서 (또) (또) (또) 유람선을 탔다.

1개국 1유람선. 이건 국룰인가보다.


가만보자. 3일에 한 번씩, 다른 나라 물 위에 떠있는 경험을 하다니..

풍경이 달라 (또) 타도 (또) 새롭고 흥미로웠다.

물에 떠 있는 기억들이 아직 생생한 걸 보면, 후회하지 않을 압축적인 경험이었다.








엄마와 처음 단둘이 떠나는 여행

무거운 캐리어를 다시 싸고, 풀고의 반복을 거치며

피곤하고 예민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장기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배려하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면 내 여행도 행복했다.


매일 아침 5-7시에 일어나, 졸린 눈 비비며 입에 빵, 잼을 우겨 넣으며

세계여행 유랑을 미리보기 느끼고 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대단하다.

이제 엄마와 어디든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지막 여정 '리기산'으로 간다.


유람선을 탈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니..

"저기 저게 알프스 산입니다"라고 할 때마다 와닿지 않았다.





올라가는 중.

(이제야 실감)




봄과 겨울이 섞인 뷰.

이래서 스위스 스위스 하는구나..

(괴로웠던 고산증을 뒤로 하고, 행복해 하는 중)




경사가 꽤 있음에도 군데군데 집이 보였다. 이런 곳에는 숙소도 많다고 했다.

어떻게 사는 걸까 싶지만, 또 살다보면 적응이 되겠지..?!

아랫마을에 왔다갔다하며 따로 베이스캠프를 두고 살 수도 있겠다.





리기산 중턱에서 먹는 점심. ㅋ ㅑ........

(사실 이미 맛은 까먹었지만) 맛있었다.



아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른 설경 아니냐구요..

리기산은 2,000m 이하라 갈만했다. 기차 타고 쭉 올라가 산책하고 온 가벼운 느낌.

융프라우에선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는데..ㅋㅋ귀 먹먹해지는 것 빼곤 아무 이상 없었다.

그 덕에 이렇게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고!






리기산의 추억이 하나 떠올랐다.

올해 스무살 된 한 남자애가 "누나누나~비닐 있어요?" 하더니

하나 빌려가서 신나게 눈썰매를 탔던 일.

"위험해! 조심해!"를 외치던 엄마와 할머니를 뒤로 하고

그 누구보다 리기산을 신나게 즐겼던 청춘이었다.

진짜 거침없고 귀여워서 패키지 일행이 한바탕 웃었다. 행복했다.

누가 뭐래도 아이같은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날.

그 이후로 좀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편하게 나눴는데,,

가족 단위로 패키지를 갔을 때, 가족-가족의 연대가 일어나는게 재밌었다.


높은 곳에 올라온 멍뭉이도 보고..(귀엽ㅠ)



기찻길 가운데서 낭만있게 사진도 찍어줌



스위스 총평

겨울왕국 + 열정적인 퐁듀집 아저씨 + 고산병 융프라우 + 비닐 눈썰매 + 짧지만 아름다웠던 골목 풍경

엄마가 평생 꿈꾸던 스위스를 함께 왔다.

엄마는 이날 "너 아니면 엄마가 언제 또 여길 와보겠니!"라며

유럽에 같이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마음을 전해왔다.

그 덕분에 언제든 이 시간을 돌아봐도 후회없이 잘했다는 마음이 남았다.


많이 투닥거리도 했지만 이제는 마냥 애기가 아니라,

엄마도 나도 둘다 어른, 여자로서의 대화가 더 쌓일 수 밖에 없다.

그.. 그만 투닥거리고 엄마한테 잘하자.


그럼 우리는 다음 편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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