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는 사람과 일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주로 내가 일했던 사람들은 대표, 이사, 개발자, 마케터와 같은 각 분야의 담당자 또는 의사 결정자들이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목표를 듣고 시각화하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을 매니징 해왔다.
이런 것들을 보면 나는 이미 기획자이자 PM으로서 일을 해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은 주먹구구식으로 억지로 끌고 온 불안정한 외발 자전가와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기획자들은 항상 전략이라는 단어와 함께 일을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가장 회사의 최전선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그만큼 스트레스와 업무가 과중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기획자는 전략을 짜기위 한 상상력을 필수이지만 그와 함께 현실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현재 우리 회사 환경에서 그것을 실혈 할 수 없다면 그것은 가치 없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일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에 대한 조율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개발자부터 시작해서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무한 질문이 반복된다. 아무리 문서화하고 공유해도 읽지 않고 물어보거나, 읽어도 이해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런 구조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그 두 사람이 사용자를 대변하여 고객의 현재 불편한 점이나 평소 느끼지 못한 페인 포인트를 발견하는 행위를 시작하는데, 나는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행위인지 의구심 들곤 했다.
서비스에 충분한 학습과 이미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과연 무지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용자를 대변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고민보다 빠른 실행으로 빠른 시행착오를 겪는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