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프로젝트.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을 알고, 새로 떠날 장소를 찾고.
폼나게 훌쩍 떠난 여행, 참 없다. 꼼꼼하게 준비했던 여행, 그것도 손에 꼽는다.
그런데, 제법 많은 방식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해서 선택했다기 보다는, 업으로써 선택한 '건축'이 변화시킨 내 모습일 수도 있다.
건축은 늘 프로젝트가 따른다. 시작과 끝이 있다.
십대에 시작해서 이제는 그럴듯한(?) 사십대가 되고, 직접 다룬 프로젝트가 백 여개가 훌쩍 넘어선다.
보통의 여행과 다르게, 프로젝트의 여행지는 장소가 늘 새롭다. 나라와 도시는 물론이고, 실제 프로젝트가 일어나는 땅 하나 하나를 보면 그것도 하나의 독립된 세상이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도 항상 바뀐다. 언어가 달라도 뻔뻔하게 마주 앉아 있는 건 예사고, 언어는 같아도 다른 나라 말처럼 하는 상황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이라는 기간이 프로젝트에 주어진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대해 알게 되고, 감추었던 민낯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방의 가치관도 어느정도는 알게 된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 많아지고,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쌓이는 관계가 깊어지기도 한다.
이런 시간동안 일어나는 일들, 그렇게 대수롭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찮지도 않다.
'특별함'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친구와 여행을 떠나 며칠을 생활해 보면 서로를 알게 되고, 사랑이 몸과 마음을 뒤엉켜야 이루어지는 것, 그 가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했다.
완성된 건축물 혹은 디자인보다, 그 때가지 이루어낸 과정의 소중함을 공유하고자 글을 시작한다.
지난 프로젝트와 최근 프로젝트 나름의 특별함을 갖고 있으니, 생각나는 대로 남겨볼까 한다.
< 프로젝트 여행 ; Project Journey >
다시 떠나고 싶은 사람을 얻거나,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는 것.
새로운 곳을 알게 되거나, 혹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
*사진.2000.12.26.베르사이유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