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의 숨은 힘 -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8월 1일 디디 추싱이 우버 차이나를 인수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유니콘이 중국 시장의 다윗에게 패배한 모양새다. 2013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버는 인수되기까지 지난 3년간 약 20억 달러 (한화 2조 2천억 원)의 순손실을 봐왔다. 진출 초기인 2014년에만 해도 지금의 디디 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처에게 “중국 시장에서 민망한 패배를 당하기 싫다면 지분의 40%를 매각하라.”라고 말할 정도로 호기가 있었던 업체가 불과 2년 사이 어마어마한 손손실만을 남긴 채 중국 시장에서 민망하리 만치 우아하게 퇴장을 하고 있다.
이미 예견된 패배
사실 우버 차이나의 패배는 중국 시장에선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대부분 매체에서 거론하는 정부의 노골적인 디디 추싱 편들기도 분명 작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일례로 작년 상하이 시 정부는 디디 추싱의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해 합법적으로 승인을 하고 이를 서비스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합법화 승인이 모든 시정부에 해당되는 사항도 아니었고 디디 추싱 역시 상하이를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 정부의 또 다른 지원을 받아 영업을 하고 있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디디 추싱이 홈그라운드의 약간의 이점은 얻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불평등 조약 수준으로 대단한 차별을 받고 있진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이런 O2O 성공의 핵심은 소비자와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일 것이다. 다시 말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그 서비스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가 경쟁의 우위를 점유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디디 추싱은 우버 차이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위에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중국 IT 공룡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업체들이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거의 100%에 육박할 정도니 사실상 두 업체 외에 중국인들은 다른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기존 PC 기반의 QQ 메신저를 비롯해 모바일 기반의 WeChat은 한 회사의 두 가지 서비스지만 기존 PC 세대의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이동시켰고 모바일 세대의 사용자들과 합쳐져 그 영역을 크게 확대시켰다. 더구나 WeChat의 경우 WeChat 페이라는 강력한 결제 서비스 플랫폼 위에 다양한 3rd party업체들을 메신저 위의 생태계에 올려둠에 따라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그런 서비스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갑자기 이런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그리고 메신저를 통한 손쉬운 접근성을 설명한 이유는 바로 디디 추싱과 우버 차이나의 출발점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디디 추싱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회사다. 그리고 우버 차이나는 바이두가 투자한 회사다. 그리고 이런 투자의 결과는 각각의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우버 차이나에선 텐센트의 WeChat pay나 알리바바의 Alipay를 사용할 수 없다. 단지, 바이두가 지원하는 Baidu pay와 신용카드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사실 이런 모바일 결제 편의성의 차이는 크다. 위챗 페이나 알리 페이를 쓰던 사용자의 입장에선 단지 우버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데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바이두 페이를 가입하고 등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들의 신용카드 보급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선 어쩌면 우버 차이나는 시작부터 이기기 힘든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보조금 전쟁, 그리고 합병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 보조금 전쟁은 사실 유명하다. 과거 디디다처(디디 추싱의 전신, 텐센트 투자)와 콰이디 다처(디디 추싱의 전신, 알리바바 투자)의 보조금 전쟁이 극심했을 때 소비자들은 택시를 공짜로 타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 어떤 경우는 오히려 택시를 타고 쿠폰을 더 받는 경우까지 있었으니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한두 회사의 보조금 전쟁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투자금은 시장 확대와 보조금에 투입됐고 두 회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엄청난 적자를 투자만으로 메우면서 사업을 끌고 가긴 쉽지 않다. 더구나 비슷한 조건의 두 회사가 이런 전쟁을 한다면 결과는 두 회사의 공멸이 아닐까? 사실 디디와 콰이디는 보조금이 경영 상황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고 상호 간 보조금 지급 중단 합의를 여러 차례에 걸쳐 시도했었다. 2013년 말 처음으로 상호 간 보조금 지급 중단에 합의했을 때 이 틈을 노린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한다. 바로 3위 사업자였던 따황펑이다. 2013년 8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였지만 디디와 콰이디의 보조금 중단의 틈을 노리고 대규모 보조금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결국 시장에서의 위협과 상하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콰이디 다처는 따황펑을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보조금 전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은 디디다처와 콰이디 다처에게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바로 우버였다. 글로벌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경쟁자는 예외 없이 공격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며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서게 된다. 2014년 3Q까지 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콰이디 다처가 54.4%, 디디 다처가 44.9%로 99.3%라는 거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보조금으로 인한 서로 간의 손실과 여기에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 들어온 새로운 다크호스인 우버를 상대하기엔 녹녹지 않은 환경이었다. 결국 2015년 2월 디디 콰이디라는 합병 회사를 출범시키고 우버 차이나를 상대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보조금 전쟁을 벌이며 시장 점유율 87%와 13%를 가진 두 회사는 1년 뒤인 2016년 8월 합병하기에 이른다. 2013년 콰이디 다처의 따황펑 인수와 마찬가지로 보조금이라는 출혈을 서로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손실, 투자, 그리고 IPO
우버는 중국에 2014년 중국에 입성한 후 약 20억 달러의 순손실을 보았다. 디디 추싱은 그 몇 배의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두회사 모두 최근 100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애플, 사우디 국영 펀드 등으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이도 모자라 디디 추싱의 경우 중국의 자오상 은행으로부터 28억 달러의 대출을 받았고 우버 역시 바클레이나 모건 스탠리를 통해 20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을 받는 부분을 검토 중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결국 투자만을 통해 메우고 있고 수익성이란 부분을 전혀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투자자들의 IPO에 대한 요청은 지속적으로 있었고 결국 IPO를 통한 엑싯 실현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두 회사의 전쟁은 길게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끝나지 않는 전쟁
중국에서의 차량 공유는 결국 디디 추싱의 차지로 돌아갔다. 물론, 합병된 회사의 최대 지분을 차지한 우버의 입장에서도 완전한 실패로만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이 중국에서만으로 끝날 거 같진 않다. 얼마 전 디디 추싱의 동남아 시장 진출 선언이 있었고 이젠 중국 외 시장에서 디디 추싱과 우버, 그리고 로컬의 차량 공유 업체 간의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보조금을 더 많이 지원받는 소비자들은 당분간은 즐거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