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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둥 Aug 11. 2016

중국 모바일 업체의 생존 전략

첫번째. 샤오미와 화웨이 이야기

중국 모바일 업체들이 어떻게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그 첫번째로 한국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샤오미와 화웨이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같은 글을 바이라인 네트워크에도 기고할 기회가 생겨 함께 연재할 예정입니다.

해당 링크도 같이 붙입니다.



샤오미 (Xiaomi)

http://byline.network/2016/07/1-263/

샤오미라는 이름이 중국 안에서, 또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3년 ‘홍미’였다.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라는 다소 모호한 용어로 설명하는 게 쉬운데, 단적으로 비슷한 성능의 메이저 제품들보다 저렴한 값이라는 게 핵심이다.


샤오미는 그 전에도 ‘Mi1’, ‘Mi1s’, 그리고 ‘Mi2’와 같은 2천위안(우리돈 약34만원)대 스마트폰 제품과 직접 매만진 ‘MIUI’라는 안드로이드를 배포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제품들은 일부 마니아층을 위주로 입에 오르내릴 뿐이었고, 지금같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한번에 뒤집은 제품이 바로 ‘홍미’였다. 799위안. 우리돈으로 약 15만원 수준에 등장한 이 제품은 당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4와 비교해도 성능이나 구성이 크게 뒤지지 않았다. 물론 ‘가격에 비해서…’라는 단서는 남아 있었다.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당연하게도 가격이었다. 홍미는 가격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Mi시리즈는 퀄컴의 프로세서를 쓰고 대부분을 직접 개발했지만 홍미 시리즈는  윙텍(Wingtec)이라는 외부 기업을 통해 ODM(제조업체 주도 설계) 방식으로 만들었다.


프로세서 칩셋 또한 퀄컴에서 미디어텍으로 바꾼다. 당시로썬 퀄컴의 표준 디자인이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퀄컴의 칩은 비쌌다.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ODM을 통해 제품을 내놓으면서 직접적인 연구 개발, 생산 관리 등에서 고정비 부담을 덜어낼 수도 있었다.


또한 제품 출시 후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계속해서 판매를 이어가면서 점차 부품 공급가를 낮추는 방법을 택한다. 처음에는 수익이 적거나, 혹은 적자를 보더라도 서서히 원가를 낮춰 제품이 단종되는 시기까지 총 합을 계산하면 소규모의 흑자로 만들어내는 장기적 운영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샤오미의 또 다른 카드는 마케팅이었다. 샤오미의 마케팅 방법은 이젠 너무도 유명하다. 제품의 공급량을 살짝 부족하게 유지해서 소비자들이 일부러 제품 출시를 기다리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조바심을 이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따라 붙으면서 이른바 ‘갖고 싶은 제품’ 만들기에 돌입한다. 샤오미 홍미의 주요 소비 대상이 10대부터 30대 초반, 그리고 모바일 이용율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특별히 큰 투자나 노력 없이 효율적인 마케팅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샤오미의 헝거(Hunger) 마케팅은 일부러 만들어낸 건 아니었다. 자체 공장과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샤오미로서는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렵고, 갑자기 폭발적으로 터지는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5만 대 정도의 초도 물량을 풀고, 제품이 얼마나 팔리느냐를 바탕으로 제조를 맡은 ODM사에게 다음 주문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공정이다. 주문부터 부품 수급, 제조를 거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야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이 시간 차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물량 부족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10~20대의 팬덤, 그리고 조바심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섞여서 하나의 커다란 마케팅이 된 셈이다.


그리고 린빈은 이런 시차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오히려 생산 물량 관리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오프라인 유통과 물류에 힘을 쏟지 않고, 제품을 미리 잔뜩 만들어 쌓아놓지도 않았다. 제품은 모두 온라인으로 유통했고, 정확히 예측 가능한 수요 만큼만 만들어 팔았다. 샤오미의 가격에 대해 지금도 의아해하는 시선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제품의 개발, 생산, 재고, 그리고 마케팅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제품에 녹여낸 것이 홍미였고, 지금의 샤오미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근본적인 전략이 됐다.





화웨이 (Huawei)

http://byline.network/2016/07/1-275/

2013년 화웨이의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바로 온라인 제품을 담당하는 사업부의 독립, 그리고 전용 브랜드 ‘아너(Honor)’의 런칭이다. 2013년은 샤오미의 “홍미”가 시장에 엄청난 폭탄을 던진 해이기도 하다. 화웨이라고 해도 온라인을 통한 유통과 마케팅을 통해 비용을 극단적으로 절감한 샤오미와 맞대결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직접적으로 가격 중심 전략을 내세워 샤오미를 대적하기엔 화웨이의 기존 제품들과 사업 방향을 맞추기 쉽지 않다. 단적으로 샤오미와 비슷한 성능과 가격의 제품을 화웨이의 브랜드로 내놓으면 기존 제품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중심에 둔 사업부를 마련하고, 아너 시리즈를 기획, 출시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중국의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샤오미는 이미 하나의 현상이 됐고, 시장의 기대와 인지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화웨이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일제히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놓고 샤오미처럼 대응하고자 했다.


비슷해 보였지만 화웨이는 다른 중국 기업들과 조금 다른 전략을 펼쳤다. 먼저 스마트폰을 독립 사업부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온라인만 다루기 때문에 화웨이의 기존 오프라인 유통 모델들과 충돌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이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할 수 있었다.


또 하나, 화웨이는 샤오미의 성공 전략을 철저히 검토했고 일부는 똑같이 따라하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샤오미가 새로운 제품을 799위안에 출시하면 화웨이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699위안에 내놓았다. 제품 출시 시점도 샤오미보다 하루 빠르거나 심지어 같은 날 발표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다. 이런 대응 때문에 샤오미 역시 제품을 발표하고 하루만에 값을 100위안 내려 화웨이의 제품에 대응하기도 했다. 이런 두 회사의 신경전은 소비자들에게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슈의 승자는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2014년 6월, 드디어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샤오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이후 저가부터 고가 제품까지 온라인의 상품을 확장한다. 그리고 화웨이라는 브랜드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 샤오미와 비슷하지만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


화웨이를 거론하면서 프리미엄 라인과 기술력에 대해 언급을 안할 수 없다. 특히,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한 브랜드 스토리 메이킹은 다른 중국 업체들에게선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화웨이의 장비로 만들어진 이동통신 설비가 많고, 화웨이는 그 네트워크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으로 시작한게 바로 화웨이의 모바일 비즈니스와 칩셋을 만드는 하이실리콘이다. 최근 화웨이는 자사가 설계하고 개발한 하이실리콘의 칩셋외에 퀄컴이나 미디어텍과 같은 회사의 칩셋 사용을 줄이고 있다. 심지어 아예 외부 칩셋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시장에서도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자신감은 단순한 호기는 아니다. 중국에 고속철도가 개통했을 때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300km 가까이로 운행할 때 통화 품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화웨이의 스마트폰들은 달랐다. 자신들이 깔아놓은 네트워크 장비에 잘 맞춰진 자체 칩과 최적화 기술로 통화 품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화웨이 스마트폰을 가진 탑승객들은 고속철도 내에서도 불편함 없이 통화를 하고 인터넷에 접속된다는 인상을 남겼다.


지금의 화웨이는 또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다. 바로 2가지 제품군을 함께 운영하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이다. 화웨이라는 브랜드로 글로벌과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면서도, ‘아너’라는 브랜드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지금 화웨이의 벤치마킹 대상은 샤오미가 아니라 삼성전자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신사업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마케팅이다. 동시에 중저가 시장의 입맛에 맞춰 최대한 비용을 줄여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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