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를 품는 수직 계열화를 꿈꾼다.
10월 4일.
구글이 기존 Nexus라는 이름을 버리고 Pixel이라는 이름으로 갈아탄 새로운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의 사양과 특징들이 공개되고 있다. 사실 이름이 바뀐 걸 제외하곤 제품 자체로만 놓고 봤을 땐 이전의 Nexus의 출시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 역시 이전에 Nexus를 만든 경험이 있는 HTC가 맡았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Nexus… 그리고 다름
기존 Nexus를 출시할 때도 요즘과 같은 루머는 항상 등장했다. 그리고 구글은 이벤트 행사에서 새로운 Nexus를 발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말 그대로 Nexus는 구글의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가이드하는 레퍼런스 제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그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별다른 마케팅이나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Pixel은 다르다. 이미 구글에서 나온 티저 광고와 길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광고는 10월 4일에 구글에서 새로운 단말을 출시함을 공식화하고 있다. 거기에 더 나아가 구글의 마크를 보여주면서 기존 Nexus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 말 그대로 Made by Google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사실, Made by Google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시작된 Android One이 실제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구글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미얀마와 같은 이머징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제품으로 $100 수준의 Android One을 출시했다. AP 업체인 미디어텍을 중심으로 여러 ODM 업체들과 협력하여 구글이 직접 제품의 디자인, 개발, 미케팅, 그리고 후속 지원(OS 업그레이드와 같은)까지 관리하였다.
어쩌면 중국의 여러 ODM 업체를 이용해 각각의 지역에 있는 Distributor의 이름을 빌어 제품을 출시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그리고 2015년에 들어서서는 2세대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미디어텍뿐만 아니라 퀄컴까지 협력을 확대하였고 출시 지역 역시 기존 인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서유럽, 그리고 터키와 일본 같은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10월 4일. 드디어 하이 엔드 단말로 그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사실 이번 구글과 HTC의 하이 엔드 단말 협력 모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바로 과거 삼성과 구글이 추진한다고 소문으로 돌았던 “실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구글은 하이 엔드 단일 최대 시장인 일본과 미국에서의 애플의 점유율 상승이 상당히 못마땅했다. 구글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도 하이 엔드 단말의 소비가 많고 그만큼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의 소비자를 안드로이드 에코로 더 많이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 엔드 단말에서의 삼성과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실버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구글과 삼성이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맡아 새로운 하이 엔드 단말을 출시하고 여기에 구글이 직접 참여하는 마케팅과 그 후속 지원까지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Nexus + AndroidOne 프로젝트였던 샘이다. 하지만 삼성과 구글의 다양한 역학 관계로 이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그리고 어쩌면 10월 4일에 선보이는 Pixel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제품이 이 프로젝트를 계승한 걸 지 모르겠다. 아니 지금까지 Nexus때와는 다른 구글의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최근까지 유출된 사진이 나 랜더링을 보면 Nexus와는 달리 뒷면에 구글의 “G”마크가 찍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모든 부분이 맞다면 구글은 중저가에서의 Android One 뿐만 아니라 하이 엔드의 Pixel까지 Made by Google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수직 계열화의 시작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마트 폰 제조사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사실 구글 입장에선 굳이 단말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구글의 속사정이 있다. 일단, OS 파편화가 심각하다. 올해 8월 안드로이드 파편화와 관련된 통계를 보더라도 최신 버전인 마시멜로의 점유율은 15.2%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구글이 Android One을 출시하면서 내걸었던 지원중에 하나가 최신 OS 업데이트를 구글이 직접 해주겠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진행 중이다. 기존 다양한 제조사들이 출시한 안드로이드 제품들은 구글이 직접 OS 업그레이드를 해줄 수 없었다. 전적으로 제조사에 일임한 정책은 OS 파편화를 심각하게 가져왔고이는 최신 OS를 지원하는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하는 악영향을 주었다. 이는 안드로이드의 생태계와 구글의 수익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였다. 결국 구글은 저가 단말에도 최신 OS가 지원될 수 있도록 직접 지원을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Android One 프로젝트였다. 그 수준이 덜하긴 하지만 제조사에 업그레이드를 일임했던 하이 엔드 단말 역시 최신 OS의 업그레이드는 최소 3개월에서 길면 10개월에서 1년까지 늦었다. 어떤 단말은 아예 OS 업그레이드가 이루어 지지 않은 제품들도 있었다. 구글의 입장에선 큰 문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애플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다. 이건 실버 프로젝트와도 연관이 있다. 구글의 입장에선 애플의 소비자층과 겹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계층을 더 많이 안드로이드 에코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결국 이들이 주요 광고 주주들이 관심을 갖는 소비자 계층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삼성과의 협력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겠지만 자체 에코를 꾸리고 싶었던 삼성의 입장을 구글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화웨이와 같은 중국 업체들이나 엘지와 같은 다른 제조사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아이폰을 상대하기엔 힘에 버거워 보인다. 결국 구글이 직접 디자인과 컨셉을 잡고 개발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했다. 구글이 가진 플랫폼의 강점을 잘 발휘해줄 하드웨어 생태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Pixel이 시작이다.
구글의 입장에선 이번에 출시되는 Pixel이 Made by Google을 실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갤럭시 S7과 같이 기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다른 제조사의 하이 엔드 제품뿐만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과도 시장에서 겨뤄야 한다. 그리고 애플이 그러했던 것처럼 일정 부분 폐쇄된 에코 시스템을 통해 구글의 서비스와 에코 시스템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과 같은 기기에 까지 심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부분에서 최근 흘러나오고 있는 안드로이드와 크롬의 통합 버전인 “안드로메다”는 구글이 당연히 가야 할 길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전 세계 70%에 해당하는 지역의 소비자를 구글의 에코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고 구글의 소비자로 만들어야 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결국 지금의 정체된 성장동력을 기존 선진 시장은 더욱 강화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이머징 시장과 아직까지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장의 소비자를 구글의 서비스와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글의 하드웨어 수직 계열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0월 4일 Pixel을 통해 구글의 미래 전략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