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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기 Mar 30. 2016

6화. 거제도에는 같이 걷고 싶은 [갯벌길]이 있다.

[갯벌, 조카와의 체험, 다대마을]

고등학생 때, 나의 수능 필승 전략은 제일 잘하는 과목을 잠시 놓고 제일 못하는 과목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포기란 없다' 뭐 이런 전략이었는데 나에게 한국지리가 그런 과목이었다. 유난히 사탐영역 과목들 중에서 한국지리를 어려워했던 나는 그래서 지금도 길치인가 싶다.


한국지리를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나는 수업시간에 꽤 열심히 집중했다. 이쯤 되면 뭔가 드라마 같은 반전으로 한국지리에서 1등급을 받고 수능 대박이 났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이변은 없었다. 수능에서 만큼은 못하는 과목쯤 포기할 줄 아는 아주 일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사실 내가 못해 그렇지 거제도는 한국지리를 공부하는 데 꽤 괜찮은 동네다. 바다는 물론이거니와 높고 낮은 산들도 많다. 멸치와 대구, 멍게를 잡는 어업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죽순, 유자, 표고버섯 같은 농업과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농어촌 지역도 있고 배를 만드는 조선소와 같은 중공업이 발달한 도시 지역도 있다. 육지와 떨어진 섬 동네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


한국지리 교과서에서 반갑게도 거제도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까지 거제도에 갯벌이 있다는 걸 몰랐던 나와 몇 친구들은 남해의 갯벌로 소개된 거제도 갯벌에 대해 신기해했다.  

거제도에 갯벌이 있대!


거제도 다대마을 갯벌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갯벌을 볼 수 있는 곳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이다. 갯벌은 주로 경사가 완만하고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바닥에 쌓인 퇴적물의 크기에 따라 펄 갯벌과 모래 갯벌, 혼합 갯벌로 나뉘는데 서해안이 주로 펄 갯벌, 남해안이 모래 갯벌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방송을 통해 접하는 갯벌이 바로 서해안의 펄 갯벌이다. 바다가 빠지고 남은 갯벌 위로 걸어 다니면서 펄을 만져보면 그 촉감이 참 좋다.


열심히 펄 위를 걷다 보면 발이 쑤욱 빠지게 되는데 요령이 없으면 걷기가 다소 힘들 수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가까운 서해안 갯벌 체험에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오는 부모들이 많은 듯하다.   


서해안 펄 갯벌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거제도 갯벌은 모래갯벌이다. 모래갯벌은 물살이 빨라서 굵은 모래도 운반할 수 있는 바닷가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날씨 좋은 날, 혼자 조용히 걷는 모래갯벌은 어떤 느낌일까?  
남해안 모래갯벌


고등학생 때 거제도 갯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먼저 소개한 여차~홍포 해안도로로 향하던 중 바다가 있어야 할 곳에 거무스름한 땅이 드러난 게 이상해 돌아보니 그곳이 바로 다대마을 모래갯벌이 있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간 시간과 물이 빠진 시간이 잘 맞은 모양이다.





모래갯벌 가장자리에는 다리가 놓아져 있어 갯벌에 들어가지 않아도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다.



 

다대마을 모래갯벌에는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거제도에 따뜻한 봄이 왔다곤 하지만 아직은 어느 정도 바다 바람이 차가워 그런가보다. 대신 갈매기들이 갯벌 위에 앉아 갯벌 속 조개, 새우, 게와 같은 해산물을 잡아먹고 있는 듯 연신 '끼룩끼룩'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조카들이 어느 정도 크면 날 좋은 늦봄,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와 갯벌 체험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갯벌이라 아이들이 걷기 편할 듯하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미난 걸 보면 내가 해봐야지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어린 조카들이 생기고 보니 벌써 걔네들 생각이 난다. 하하  


...


거제도에는 당신과 같이 걷고 싶은 [갯벌로 가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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