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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왈 Apr 07. 2020

생산자와 소비자와 생산소비자와

떠도는 별의 먼지들 06

중국 경덕전에서 마주친 도예가의 다기들 (2019)




선배는 내게 말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고 싶다고.

너는 지금 글을 쓰고 있으니까 생산자라고, 넌 잘하고 있다고.


내가 잘하는지는 모르지만,

사실 생산자에 대한 생각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난 소비자로서 생산환경, 생산자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하는 필수 요소들에 대해서다. 예를 들면, 먹거리가 어떻게 밭에서부터 우리의 식탁으로 오는지에 대해 알고자 했다. 마을에 가서 농부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려고 했다. 그들의 삶을 직접 접하며 질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을 지지하는 소비자가 되고자 했다. 나도 농부가 되는 이상을 품었다. 그 꿈은 지금도 유효하다. 


먹는 것 이외에도,

내 시간이 그저 소비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나의 노동이 누군가의 기계의 한 부품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적극 피하려고 했다. 내 생각을 담는 것을 생산하고 싶었다. 그것이 글이던, 전시이던, 연구이던 어느 형태로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가 재미있었다. 내가 건축한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쓰면서 나의 상상을 실제로 실현해보는 쾌감이 있었다. 글을 쓰는 이유도 내 몸 안에 간지러운 것들을 좀 털어내고자 해서였다. 내가 보낸 시간들 속 이미지, 감정, 생각, 기억들을 세월의 허공에 그저 흘려보내기가 아쉬웠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순전히 자기만족의 생산을 위해 나는 쓰고 있다.


소비자이다 보니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질 좋은 식품, 의미 있는 (이야기 있는) 상품, 아름다운 영화, 영감을 주는 책 등의 소비자가 되는 걸 즐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생산자에 대한 동경이 생겨났다. 생산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마음을 반짝이게 한다. 나와 같은 소비자가 있다는 것은 유쾌하다. 나와 같지 않은 소비자를 만난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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