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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스토리텔러 Jul 05. 2018

04 '결혼'이 필요한 순간

순간은 잠깐, 결혼은 너무 힘들 것 같아.

30대가 된 지 얼마 안됐다.

서른 살부터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몰랐다.

제각각이지만 그쯤 내 사업을 처음 꾸렸으니 그럴만도 -

하지만 나이를 만의 만으로 쳐도 빼박캔트 30대이다.


30대, 결혼에 대하여-

나는 친구들이 나의 결혼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독립적인 스타일이고 훗날 내가 남자 대신 '일'이랑 결혼했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그런 워커홀릭이다. 근데 왜 뜬금없이 '결혼'에 대해서 쓰냐고? 사건은 한 달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고 꿋꿋이 사는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 입원을 한 것이다. 건강하자고 매일매일 한 운동의 끝은 바로 반월상연골파열. 바로 늑막염 의심까지, 고생 끝에 골병든다더니 그건 바로 나! 아무튼 연골 봉합수술이 불가피했고 캐리어에 노트북을 때려넣고 직접 운전해서 입원을 했다. (한시라도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픔따윈) 마취 보호자 동의란에 직접 싸인도 수술실을 들어갔다 나오니 천하무적이 된 것 같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의 범위가 갈수록 늘어난다. 근데 수술과 입원, 그리고 병상에서의 시간은 지독하게 외롭고 괴로웠다. 가까이 사는 여동생 내외가 왔지만 지방에 있는 부모님과 결혼한 동생보다 이젠 온전한 내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랄까?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친구들에게 결혼을 해야겠다라고 말하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되뇌였다. '난 이때까지 마음먹으면 뭐든 하는 스타일이니 할 수 있을거야'라고. 일 만큼 결혼에 열의를 보였다면 난 이미 두 세번은 다녀왔을거다. 하지만 왜 아직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걸까? 나의 급한 결심을 들은 친구들의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병원 한번 데리고 갈 사람 찾자고 남자애 한명 키우게 생겼냐" -마케터J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 년에 맨날 아픈건 아니다. 아플 때 누군가 옆에 있어준다는 것은 큰 힘이 되지만 중환자가 아니고선 그 반대의 라이프가 더 많으니 결국 누군가에게 구속받기 싫고 자유롭고 싶고 누군가의 삶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라는 것. 아프지 않아도 삶의 동반자가 생기고 안정감이 생긴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데 그것보다 상대에 대한 '희생'보다는 내 삶의'자유'에 더 목메기 때문에 난 그냥 간병인을 구하는 걸로 마무으리 -


"결혼하고 싶을 때 말고, 결혼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해라." -의사 L

결혼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사겼던 남자친구마다 결혼 할 줄 알았는데 30대가 되어보니 '사랑'만으로 절대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다. 쿨한 척은 사양하겠다. 얼굴도 보고 키도 보고 직업도 따지고 심지어 종교에 흡연 여부까지 따지고 드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절대 아무나 할 리가 없지. 그 놈이 그놈이라지만 적어도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살아야 변덕이 죽 끓듯한 내가 견딜 수 있다. 기혼자 친구들이 말하는 것 처럼 '난 저 사람이랑 처음 봤을 때 왠지 결혼할 줄 알았어.'라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내 일이 되기 전까진 결혼하고 싶을 때 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니(결혼 할) 돈 있나?" - 영어유치원 교사C

돌아온 대답들이 암담해 이번엔 누구라도 좀 가라고 친구들의 등을 떠밀었다. 그런데 3년, 5년 넘게 연애한 친구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돈 없다."였다. 그 다음 반격은 "넌 돈 있냐?"라고. 결혼에 드는 비용을 닭발에 소주 한병 먹겠다고 서로 가진 돈 탈탈 터는 것 처럼 말하긴 그렇지만 심플하게 결혼을 할 돈이 없다. 대신 빚이 있다. 난 최근에 수술과 입원비로 더 많이 탕진했다. 그러니 결론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겨도 돈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일세.


섹스 앤 더 시티는 드라마고
우리는 심플하게 돈이 없다



이렇게 '결혼'에 대한 급한 동기와 로망은 산산조각이 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묵묵히 이 글을 쓴다. 누구는 몸도 아픈데 결혼하면 더 힘들거라고 했고 심지어 오늘은 남편이 있어봤자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까 어차피 인생은 혼자란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은 없다. 결혼 사람들은 불편하고 힘든 생활을 어떻게 잘 해나가지? 친구가 말했다.

"걔넨 비정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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