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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콩 Feb 02. 2021

2.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인가요?

직업은 바뀌어도, 꿈은 바뀌지 않으니까

J는 젊음을 팝콘처럼 피워내는 사람이었다. 지인의 소개말에서 무미건조하던 스물 넷이라는 숫자는, 그를 만나 비로소 활기를 얻어 제대로 날린 스파이크 볼처럼 주변 공기의 흐름마저 바꿔 놓았다. 그가 내놓는 말씨 하나, 몸짓 하나의 밀도가 남달라서, 스물 네 살이 이렇게 젊은 나이었던가 하는 거리감에 당황스럽기마저 하였다.


그는 의과대학 학생이라고 하였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다니다가 반수를 하여 현재 다니는 학교로 재입학을 했다고 했다. 자신은 사실 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면서, 과연 이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일까 한동안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퇴를 결심하며, 다시 수능을 공부하며, 그리고 확신하지 못하는 공부를 하며 진로를 찾아가는 동안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으리라 싶어 여전히 어려 보이는 그에게 물었다.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인가요?

 
1. 상대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을 수 있다
2. 직업 전반에 대한 가치관을 알 수 있다
3. 현재 자기 직업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다


그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대통령, 사업가 등을 적어낼 때 자신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고 말하며 그는 수줍어했다.


소방관의 일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일이라 당신은 결국 어렸을 때의 꿈을 이뤄 가는 셈이라고 말했고, 그는 나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한번 젊음을 활짝 피워내며 웃었다.


의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어쩌면 정해진 운명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의학을 처음 배울 때 힘들어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에 힘을 얻는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이제 자신은 의학이 인간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지와 같은 거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자신이 조금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지와 같은 미시적인 문제를 고민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을 하는 그는 젊고 예뻤고, 과거 스물네 살의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반짝이게 기억되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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