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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콩 Feb 02. 2021

1. 기억에 남는 첫 데이트가 있나요?

운명을 마주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기운으로 배경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A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처음 만난 그에게 “전형적인 검은 머리 외국인 느낌인데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지자 그는 “Haha I heard that a lot”이라고 운을 떼며 수긍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란 Korean American이었고, 나에게는 다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들려주던 세상 반대편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나는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던 한국과 미국 사이의 'cultural difference'가 dating market에서도 존재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기억에 남는 첫 데이트가 있나요?


1. 상대가 선호하는 데이트 방식을 알 수 있다.
2. 부담스럽지 않게 지난 연인에 대해 알 수 있다
3. 상대가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다


시종일관 유쾌하던 A가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있죠, 첫 데이트에서 청혼을 했던 적이 있어요. 결국 결혼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요."


지인이 주최한 House Party에서 그녀를 처음 만난 A는, 그들의 삶은 어떤 접점도 없었만 어떤 주제로도 끊임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웃는 모습이 예뻤고, 아담한 체구가 좋았고, 반짝이는 눈이 좋아서,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확신했고,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함께 파티 장소를 떠나 백화점으로 간 뒤 반지 한 쌍을 구입해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리고 그들은 혼인 신고를 위해 곧장 공항으로 가 매사추세츠에서 라스베이거스(라스베이거스의 결혼 절차는 다른 도시에 비해 간소하다고 한다)로 날아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처음 만난 지 만 24시간 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정까지도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다는 라스베이거스 결혼국이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렇기에 그 커플은 월요일 접수 카운터가 열리기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서로가 연인이 될 수는 없음을 깨닫고 각자의 삶을 응원해주기로 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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