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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콩 Feb 04. 2021

5.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팁이 있나요?

게임의 판을 받아들이기

성인이 되기 전에 이미 14개 국가에서 살아보았다는 M은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우연히 한국에 들어왔을 뿐인데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한국에서 1년째 살고 있다며, 이렇게 오래 한 곳에 있어본 적이 없어 기분이 이상하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다음 정착지는 어디로 생각하냐는 물음에 그는 "태국?"이라고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한국에서 고작 1년여를 보냈다고 했지만 그는 한국 생활에 꽤나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이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찾고 있었다. 나 또한 많은 곳을 배회하는 삶을 살았지만 매번 나는 soft landing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디에서나 쉽게 녹아드는 그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한 팁이 있나요?

당신의 삶의 궤적들을 알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어요


"저는 가장 구체적이고 단단한 것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려요. 상황은 변하고, 감정은 형체가 없어요. 하지만 공간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저는 공간을 중심으로 뿌리내리고, 그를 중심으로 삶의 부피를 더해가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내가 떠나온 어떤 곳도, 언제고 다시 돌아가면 나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들이에요."


M은 이 작업을 '심리적 anchoring 작업'이라고 칭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곳에 마음을 주려면 새로운 영점을 중심으로 자신의 공간감을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영점은 좋아하는 카페가 될 수도, 집이 될 수도, 공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선 마음의 닻을 내리는 한 지점을 중심으로, 그 도시에 대한 관념과 인상을 확장해나간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는 심리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는 주말에도 사무실을 나가고, 새벽 5시부터 산책을 한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새로운 보드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게임판 안의 카드와 말들은 계속해서 바뀌겠죠. 하지만 그건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에요. 받아들이세요. 게임의 말들을 치우고 나면 게임판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면 그제야 당신이 이 게임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어떤 카드가 필요한지, 어떤 말들과 협력해야 하는지가 보일 거예요. 그러면 이제 당신은 게임을 즐길 준비가 된 것이에요. 믿어 보세요, 아주 즐거울 거예요."


M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편한 장소를 고르다 보니 나에게는 너무 먼 곳으로 불러낸 것이 미안하다며 웃었고, 자신이 식사를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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