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순간에 우선 글을 찾게 되는 이유
어느덧 직장 생활도 10년 차를 향해 간다. 참 예민한 사람으로 참 오래도 버텼구나 싶다.
직장 생활이 체질에 맞는 사람이 사실 얼마나 되겠느냐만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가 제안하는 길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내가 혹시 놓친 것은 없을까, 보고 자리를 앞두고는 여전히 매번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지새우곤 한다.
막막함은 전략가의 숙명인 만큼 위구를 달래기 위해 누군가는 슬라이드로 말을 하고, 누군가는 숫자로 말을 하고, 나는 글로 말을 한다. 슬라이드만큼 화려하지 않을 수 있고 숫자만큼 날카롭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내가 가장 편한 언어로 우선 나의 성을 쌓는다.
그래서 예민한 전략가로서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위로하는 과정이다.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그 막막함에 익사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과정이다.
나의 논리로 나를 설득할 수 있을지, 내가 아닌 남을 설득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판단이 옳을 확률은 얼마나 될지, 시간을 대신하여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방법이 나에게는 글쓰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