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팀 자랑 좀 할게요
페북에서 팀 자랑하는 회사를 볼 때마다 약간은 오그라들기도 하고,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었다. 팀 빌딩이라는 것은 언제나 난해하고 멀게만 느껴졌고, 한 동안 우리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제안서를 수없이 보고 괜찮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인터뷰에서 정말 우리와 맞지 않는 분들도 많았고, 인터뷰에서 너무 괜찮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모시고 함께 일도 해 보았지만, 우리 문화와 정말 맞지 않는 분들은 일찍이 보내 드려야 했다.
수 없이 많은 채용과 실패를 겪어야 우리와 맞는 팀원 분들을 잘 모실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우리가 좀 더 헛발질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했다. 이걸 책을 읽어야 하나, 아니면 선배의 조언을 들어야 하나...
뜬금없이 왜 미션과 비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과 3-4개월 전 까지만 해도 누가 회사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침이 튀기도록 이야기하거나 논의할 때마다 솔직히 조금은 쓸데없거나 오그라든다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래서 우리 나에게 우리 팀은 미션과 비전이 있느냐고 물을 때마다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하라고 냉대했던 적도 많았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립니다.) 언제나 당장에 해결해야 할 일을 잘 해내는 게 중요했고, 팀빌딩에 대해서도 커뮤니케이션 잘하고 능력 좋고 하면 그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방향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일을 같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몇 번의 헛발질 끝에 드디어 팀빌딩에 대해서 아주 약간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제대로 알고 있지 않거나, 일관성 없는 목표를 가지다 보니, 우리와 맞는 사람을 찾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팀 빌딩, 채용을 약간의 '운'으로 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admin에서 하루를 날 잡고 회사의 2019년 계획을 세우면서 미션과 비전을 다시 정의하자고 몇 시간을 아낌없이 토론했다. 비전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이며 미션은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들로 결론지었다.
코드스테이츠의 비전
코드스테이츠의 미션
이렇게 우리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더욱 구체적인 core value들을 정하고 나니 채용이 훨씬 더 쉬워졌다. 이전에는 우리도 명확히 동의하지 않았던 추상적인 그림을 던져놓고 우리와 맞는지를 확인해 나갔는데, 이제는 명확하게 우리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코어 밸류를 중심으로 질문하고 그에 대한 지원자분들의 의견을 묻게 되니 명확하게 우리와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지난 몇 개월간, 나 스스로가 제일 못한다고 생각했던 게 다른 동료에게 일감을 드리는 것이었다. 재수 없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꽤나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에 대한 퍼포먼스는 안심이 되지만, 다른 동료에게 일을 부탁하고 나서는 오히려 많이 불안해했었다. 그래서 결국 몇 가지 일들은 스스로 잠을 줄여서라도 하게 되었고, 결국 내가 하는 일들은 해결이 되었지만, 더 넓게 그림을 못 보거나, 우리 팀원 분들이 할 일을 잃어버리고 잘못된 방향의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리더로서 가장 나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던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미션과 비전, core value에 대해 동의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일을 하니, 내가 좀 더 동료분들을 신뢰하고 그분들께 일감을 공유하고 그분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너무 뿌듯하고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동료가 나를 믿어주고 일을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팀을 생각하면 저절로 얼굴이 미소가 생긴다. 슬랙에서 나누는 팀과의 대화를 보면 한 분 한 분 정말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큰 소명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역할이 아닌 부분에도 미비하거나 실수가 보이면 바로바로 확인하여 챙기는 것을 볼 때마다, 또 자신의 일에 대해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만 프로답게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젠 내게 역으로 도전이 된다.
내가 모든 것을 잘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이제는 안다. 내가 다 잘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려고 팀 빌딩을 하는 것이고, 그 팀원들의 역량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안다. 누가 그랬다. 멀리 가려면 함께 잘해야 한다고. 실제로 요즘은 우리 팀과 함께라면, 나 스스로 제한했던 그런 한계보다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개발도 그렇고, 강의도 그렇고, 설계, 홍보도 그렇다. 나는 이 분들이 정말 자기 포지션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내실 수 있도록, 길을 터 드리고 장애물들을 제거해 드리고, 필요한 리소스들을 얻어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기에 이 일을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그래밍 부트캠프 코드스테이츠에서 개발, 교육 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워 각자의 꿈을 이뤄가시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