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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Feb 12. 2019

꼰대가 되지 않기

누구나 꼰대가 되어간다

꼰대가 되기 싫다는 글을 오래전 쓴 적이 있다.


누가 꼰대를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사회에서 경력이 쌓이다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그토록 싫어하던 꼰대가 되어간다. 누가? 바로 내가, 당신이, 그렇게 되어 간다.


꼭 나이가 들어야만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니다. 젊은 꼰대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해당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좋은 방향으로 적절히 후배들을 이끌어 줄 수도 있는데 그런 좋은 꼰대는 없는 것이냐 반문할 수도 있다. 어차피 말장난이긴 하지만, 그런 카테고리는 좋은 선배, 사수, 멘토 등으로 불려질 것이므로 이미 꼰대라 하는 단어 그 자체로 이미 필터 된 것으로 여겨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모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부정적 의미의 그 꼰대를 살펴보자. 믿기지 않겠지만, 그냥 사회에서 열심히 살다 보면, 의도가 그렇든 아니든,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겐 꼰대가 되어간다. 정말 재밌는 것은 꼰대의 내용 자체가 아무리 내가 경험했을 때 옳았던 행동일지라도, 이후에 전달되는 상황과 콘텍스트 안에선 충분히 꼰대 발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어려운 거다. 따라서, 나의 신념과 과거에 떳떳하고 정당한 경험일지라도, 현재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나는 꼰대가 될 수 있다.


능동적으로, 꼰대답지 않은 긍정적인 조언을 열심히 하는 것도 꼰대가 될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흔히 우리가 후배, 멘티라고 부르는 분들은 보통 고민이 깊고 상당히 똑똑하다. 우리 꼰대들은 지나치게 우리의 영웅담이나 우리의 그 힘들었던 경험을 어떻게든 쥐어짜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꼰대가 아닌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선, 오히려 우리 후배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듣고, 그들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간접적으로 도와줘야 하지 않나 싶다. 정말 훌륭한 리더는 그들의 방향을 억지로 이끌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깨닫게 끔, 좋은 지원자, 조력자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면 한국 최고의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에서 만난 파트너님들, 그리고 선후배 창업가 분들이 그렇다.


웹 개발 관련해서 학생들을 도우면서, 또한 이제 막 창업을 시도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해줄 말이 참 많다. 이렇게 해줄 말이 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배 창업자들은 왜 생각보다 말이 많이 없었을까? 우리 상담을 해 주신 창업가 대 선배님들, VC 관계자 분들은 왜 묵묵히 우리 의견을 들어주셨을까?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실망스럽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담 및 컨설팅은 자기 이야기만 주구장창 강요하시던 분들이지 않았나. 물론 그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을지라도,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이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경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정말 그게 좋은 조언일까, 생각해 볼 포인트다.


사실, 정말 좋은 멘토는, 꼭 굳이 그 후배들을 위해서라기보단, 정말 함께 멀리 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 같다. 멘티들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답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경험들을 직접 해 보게 하는 것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종종 적절한 시기에 단호하게 가이드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 그 타이밍과 적절함은 글로 표현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땐, 후배, 멘티가 기분이 나쁘더라도 정확하고 명확하게 돌려 말하지 않음도 필요한 것 같다. 아쉽지만 여기서 후배가, 멘티가 꼰대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진정한 좋은 선배는 여기서 이 꼰대라는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되겠다. 이 미묘한 어려움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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