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글쓰기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을 때 항상 대답하는 말이 있다. "책 읽기랑 글 쓰는 거 좋아해." 나는 글 쓰기를 참 좋아한다. 솔직히 나는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편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말을 못 한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 그냥 글을 통해 내 생각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어쨌든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해서 대학교에 다닐 땐 문예 창작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나선 딱히 글을 쓸 의지도 안 생기고, 쓰긴 써도 무언가를 완결 짓지는 못했다.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아, 완결은 짓고 싶은데... 글은 쓰고 싶은데 언제 쓰지?라는 생각만 계속되어왔다. 그러다 올해가 되자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확 밀려왔다. 글쓰기에 대한 욕심들이 켜켜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확 커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열심히 찾아 헤매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공대생의 심야 서재와, 신나는 글쓰기였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기 전에 뭔가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었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뭔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그러니까,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뭔가 주기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그래도 조금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글쓰기라서, 글쓰기 모임을 들어가고 싶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가 글쓰기 모임을 찾는 기준은 단순했다.
1. 커리큘럼이 잘 짜여 있는가
2. 온라인 모임인가
3.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볼 수 있는가
신나는 글쓰기가 처음에는 돈을 내는 모임이라 좀 주저한 게 사실이다. 한 번도 온라인 모임을 해본 적도 없었고, 돈을 내고 모임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를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렇게 20일 동안 짜인 커리큘럼에, 온라인 강의까지 포함된 가격이라면 오히려 싼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청하게 된 것이다. 또한 2기에는 보드게임이 포함된다고 해서, 대체 어떻게 보드게임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단톡 방에 들어갔고, 20일 동안 내 일과에는 신나는 글쓰기가 포함되어왔다. 물론 글 쓰는 게 마냥 신나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한 번씩 어려운 주제가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고,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은 무조건 퇴고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글의 완성도 또한 조금 더 높아진 느낌도 들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보드게임 시간에는 은근히 황금 열쇠가 걸리길 기대하게 되었다. (어차피 미션을 수행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긴 했지만) 그리고 순식간에 20일이 지나갔다.
20일 동안 내가 신나는 글쓰기에 참여하면서 얻은 건 다음과 같다.
1. 문우들의 글에 댓글을 달아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글을 찬찬히 읽는 습관이 생겼다.
2. 문우들의 글을 보며 또 조금이나마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3. 무엇보다 어떤 주제를 던져놔도 다 쓸 수 있다는 내 나름의 자신감을 얻었다.
- 단적인 예로 주제 중에 '시 쓰기'가 나왔을 때를 들 수 있다. 대학교 때 이후로 거의 몇 년 만에 시를 쓰는 거라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쨌든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니 결국 써냈다. 물론 남이 보면 그저 그런 시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시의 잘 씀 여부가 아니었다. 어떤 글을 '완성'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모임이 끝날 때가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글이 17개나 쌓여있다. 퇴고 본을 제외하면 열세 개지만, 이걸 다 언제 썼나 싶다. 그러니까 뿌듯하다는 말이다. 사실 나는 항상 일과가 끝나고 저녁 시간에 글을 써서, 은근히 그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글은 상당하다.
쓰다 보니 많이 길어진 것 같지만, 그만큼 이 모임이 좋았다는 뜻이다. 신나게 글을 쓰고, (조금 머리가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싶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신나는 글쓰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