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간다더니 이직은 웬 말이냐
첫 출근을 했다. 직전 회사에는 퇴사일 10일 남짓 남겨두고 인수인계를 해냈고 딱 일주일을 백수처럼 보내고서 바로 경력직 이직에 성공했다. 올 여름에 용하다고 소문난 도사님에게 "올해는 이직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 도사는 "시국이 시국이니 올해 말고 내년에 해"라고 말했다. 도사는 틀렸다. 난 이 시국에 경력직 이직, 해냈으니까.
순전히 운이 좋았다. 이건 내가 이직을 몹시 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이뤄냈다기보다, 나와 일년 남짓 일한 경험이 있었던 사수로부터 직원 추천을 받았고 어떻게 보면 남들보단 좋은 기회를 얻어낸 것이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 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스스로에게 나 자신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2년 연속으로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고 있다. 아직 인비를 대기하고 있으니 현재 진행중인 상태다. 그러다가 인비받으면 어쩌려고?, 묻는다면 내가 인비를 받게 될지 못 받을지 이건 너무 랜덤의 프로세스라 내 능력치를 벗어난 일이고, 당장 내 앞에는 또다른 기회가 생겼으니 일단 기회는 잡고 보자 하는 마음이다. 그럼 코업 비자는요?, 라고 또 묻는다면 그건 돈만 있으면 유학원 끼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국할 수 있으니까 사실 준비랄 것도 없지 않느냐가 내 의견이다. 이러다가 수틀리면 또다른 Plan C, D...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경력직으로 첫 출발을 했고 여전히 워홀 비자는 묵묵부답이다. 세상에, 경력직 이직보다 비자 받기가 어려운 세상이라니.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고, 11월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완료할 것을 시기적으로 고려해볼 적에 일단을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보자, 하는 마음이다. 여러 방면에서 계획도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은 하는데 선택은 즉흥적인, 그런 상태다. 나의 <물건너기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물을 건널 수는 있을지, 아니면 물건너간 일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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