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비교에 조바심, 초조함, 불안감이 생길 때
Chapter 3.
나도 내가 유독 '나이에 대한 집착'이 심한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스물아홉, 서른'이라는 나이가 나를 옭아매는 코르셋이 될지도. #나이코르셋 이라는 단어도 오늘 처음 알았다. 몇 살에는 결혼을 해야 하고, 적어도 몇 살까지는 아이를 출산해야 하고 혹은 30살까지 1억 모으기 따위가 코르셋이다. 마치 몇 살까지 이러이러한 성취를 이루지 않으면 안되는 마냥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이뤄낸 사람은 성공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낙오자를 만들어버리는 사회적 분위기.
결국 나란 사람도 나이코르셋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서른살, 물건너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이 #서른살 이라는 단어에 갇혀서 조바심을 느끼고 초조해 하고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의 멋진 프로젝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른살에 내가 계획했던 바인 어학연수를 떠난다' 혹은 '아니, 서른살에 해외로 나가겠다고?'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었던 거다. 나는 여전히 이 양가감정 둘 다에 사로잡혀 있어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나의 이중적인 태도에 신물이 난다.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해외생활을 내 힘으로 이뤄내기 위해 <물건너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도 30대에는 수중에 현금 1억 정도는 있어야 하고, 샤넬백 하나는 있어야 할 테고, 내집마련도 슬슬 해야 할 테니까 부동산 공부도 해야 할 테고, 이런 마음이 한쪽에서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거다. 오죽하면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그 이후'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 올해 내가 한식조리기능사를 따고, 골프에 입문하고, 마치 보험 들 듯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는 건 <물건너기 프로젝트 그 이후>를 걱정하는 마음이 커서다. 그러니까 나는 30대 초반의 내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뒤쳐지고 있는 사람이 되는 건 또 싫은 거다. 그 생각을 벌써부터 하고있자니 조급해지고, 또 그러다보니 온갖 것들을 사전에 계획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어제 오늘 내내 마음 한켠에 이 '조바심, 초조함, 불안감'은 나와 함께 했다. '20대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은 좀 버리면 안될까?, '서른살' 그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벌써부터 계획하는 건데?, '골프, 한식조리기능사, 공인중개사' 그거 '왜' 하고 있는 거야?, '부동산청약/경매/주식/배당' 공부하는 목적이 뭐야?, '결혼' 할 꺼야, 하면 언제 할 거지? 등등... 물 흐르듯이 살면 어찌어찌 살아지게 되겠지만은 나에게는 이 모든게 거대한 파도처럼 느껴진다. 파도의 물살을 즐겨, 원래 인생이란게 그런 거잖아 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지만 나는 그게 쉽지 않은데? 하다못해 프로젝트명도 <물 건너기 프로젝트>인 걸. 나 잘할 수 있을까? 잘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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