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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의 기원

자기언어의 시원을 연구한다는 것에 대하여

by 아란도



시간이 기억 안에서 휘돌아치며 무수하게 맴돌았다. 사정거리 안에서 맴도는 시간, 이것은 현대판 운둔이었을 것이다. 답답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지축에 매달려 그 사정거리 밖으로 튀어나가면 여지없이 끌어당겨지는 시간, 세상의 모든 일을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은둔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고 타인이 결정한 것도 아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 나와 나들이 결정한 것이다. 나는 불편한 동거의 여인숙에 든 듯 불편한 심기로 같이 따라가 본 것이다. 내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떼놓지 않았다. 나의 현대판 은둔 방식에 대해서 무동의의 은둔을 재판해 줄 곳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 줄 수 있단 말인가. 한 잔의 차가 이 동행에서 유일하게 나의 의지처였다면, 아마도 그것은 나침판이었을 것이다.

바람이 불었다. 눈도 내렸고 비도 아마 많이 내렸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비에 아주 깊은 친밀감을 느끼니 그것은 신에게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나와 함께 동행한다는 바로 그것은 우산 속에서 비를 바라보는 자의 동경이었으리라.

나는 은유로 넘쳐나는 어떤 것들에서 도약하는 심상들을 본다.

질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쉽사리 강렬하고 쉽사리 무너지는 것은 강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어느 해, 아무렇게나 바람이 불었다.

모두가 아무렇게나 각자의 세상으로 떠났다. 그것이 몹시 친밀하도록 슬펐다. 그래서 미워했다, 오래도록.

어느 날에 다시 살펴보니,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너무 친밀감을 느껴, 자기 것이라고 여겨서 그런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가 자신이 말할 때는 인형이 되어주면 그저 안녕할 세상이 친절하게 손짓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깜빡이는 손짓이 못내 비에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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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_뭐_아는_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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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비치는 것들을 씁니다.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이제 봄이고 오늘은 비가 오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내 안에서 꿈툴대는 언어들을 옮깁니다. 좋은 날이 그대와 나에게도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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