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pringbank May 26. 2024

나는 컴플렉스가 많다.

복잡하고 복합적인

나는 컴플렉스가 많다.


생각의 무게를 측정하거나 마음의 길이를 잴 수 없다.

열등감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어,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나의 콤플렉스가 흐르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왜 나는 이모양으로 생겼을까, 왜 이렇게 밖에 못할까.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난 정말 컴플렉스로 가득 뭉친 사람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다시 태어나면 누구로 태어나고 싶어?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음.. 김태희..? 차은우..? 싶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나는 또 나로 태어나고 싶다.


그러던 얼마 전, 협업하고 있는 로스터리 대표님께 커피 강의를 들었다.

대표님께서 커피 원두를 품평할 때,

최고의 찬사는 'complex 하다'라는 게 아닌가.

complex가 '복잡한, 복합적인'이라는 뜻을 지닌 것처럼, 원두에서 단맛과 쓴맛, 그리고 고소함과 산미의 조화, 또 바디감과 마우스필에서 느껴지는 실키한 텍스쳐 등 입안에서 모든 느낌이 어우러진 것을 의미한다고 하셨다.


순간 사람도 커피처럼 complex 할 때 더 재밌지 않나 싶었다.

인생의 쓴맛도 단맛도 겪고, 다양한 경험들이 모여 각자의 개성을 만들고, 그 개성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커피'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정의 내리기 어렵다고 하셨다. 아이같이 해맑게 웃으며 세상에 나쁜 커피라는 건 없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고.

다만, 비싼 커피는 있는데, 그건 complex 하면서 결점두가 적고, 마셨을 때 불쾌하지 않은 것(예를 들면 한 모금 마셨는데 물이 마시고 싶다던지, 불쾌한 산패취가 난다던지)이라고 하셨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이야 취향을 타겠지만, 가치를 만드는 사람은 complex 하면서도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컴플렉스를 떠올려보았다.

나약한 성격, 집중받으면 빨개지는 얼굴, 너무나 조급하다가도 또 한없이 나태해지는.

그래도 복잡한 요소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만드는 게 아닐까.


산책하며 만난 꽃들


매거진의 이전글 차를 좋아하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