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테마 24가지 질문
왜 삶은 계란을 촛대 같은 것에 올리고 머리 부분을 톡톡 깨뜨려 티스푼으로 퍼먹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따라 해요. 취향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들어보아도 도저히 왜 이 나라의 1위 곡인지 모르겠는 노래를 카페에 앉아 듣고 싶어요. 야식을 먹으면 1주일은 죄책감에 휩싸이는 나와는 다르게, 밤 12시에 식사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섞여 배부르게 먹구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혼자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요. 완전히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들에 노출되는 것이 재밌어요. 나 스스로 지구 저편 세상을 다니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가오는 11월 말, 약 2주 정도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관광지보다는 독일, 스위스의 작은 마을들에 머물며 살아보려고 해요.
특히 여행을 하면, 오롯이 나와의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돼요.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려, 챗GPT와 함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았어요. 나를 인터뷰하기 위한 사전 질문 준비랄까요?
리스트는 '내면 탐구'와 관련된 8가지의 테마에 따라 뻗어나가는 24가지 질문으로 구성했어요. 한 번에 답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추상적인 테마를, 여행지에서의 생각, 느낌들로 구체화를 해보는 거죠.
질문 리스트는 아래 표와 같아요. 혼자라면 고민하고 끙끙대며 1시간은 넘게 걸렸을 것을, GPT와 함께하니 5분 만에 뚝딱 만들었어요.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생각 거리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다른 테마가 있다면, 스스로든 GPT와 함께든 나만의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표의 8가지 테마를 다시 한번 써보면 다음과 같아요. 저는 여행하는 2주 동안 나에게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1.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2. 매일의 소소한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3.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한가?
4. 내가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5.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6.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7. 미래에 대한 나의 꿈은 무엇인가?
8.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류시화 시인의 책 '지구별 여행자'의 한 구절이에요.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말이 있듯,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네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거나, 지도를 보지 않고 발 가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연말을 맞이하며, 어디든 여행을 떠나 2024년의 나와 더 친해지는 것 어떠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