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마녀를 찾고있다.
신입으로 첫 회사에 입사를 하고 7개월쯤 지나서였을까, 나와 같은 나이의 A라는 3년 경력자가 주임이란 직급을 달고 내 위에 들어왔다.
내가 2년여간의 시간을 내 꿈을 찾는답시고 방황할동안, A는 꽤나 어린나이부터 일에 뛰어들어 벌써 3년이라는 경험치를 쌓고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었더랬다.
하루하루 A와 같이 일을하고 살을 부딪히면서 나는 A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은 커녕, 3년동안 도대체 뭘 한 건지 알수없는 실력과, 과연 초중고를 졸업한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간관계능력으로 인해 이 세상의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가며 A를 미워하게 되었다.
그건 비단 나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A는 확실히 별났고,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 행동과 말을했다.
일이라도 잘했다면 이렇게 미워하진 않았을텐데, 항상 마감날이 되어서야 엉망진창인 결과물을 가지고 와, 나머지 사람들이 짧은 시간안에 A가 망쳐놓은 일들을 해결해야했다.
우리 모두는 A를 욕하며 더욱 돈독해졌고, 우리 집단에서, 아니 이 세상에서 A 말고는 다 정상이었다.
A의 문제는 사원들을 넘어 팀장과 임원의 귀에도 들어갔고, 결국 A는 회사를 떠났다.
A가 없으니 우리팀은 모두 정상만 남았고, 이제 모든 일이 순탄히 돌아갔어야 했다.
A가 떠난 자리에는 B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B는 A보다 나이도 있을 뿐더러 광고회사에서 3년의 경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착했고, 바로 이전 사람처럼 독해보이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잘 할 것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딱히 모가 난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이 문제였던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의 자리를 대체했던 B는
A를 대신하여 우리의 욕받이가 되었다.
모가 나지 않은 만큼 타이트하지 않은 일처리와 마감이 바로 앞인데도 느긋한 태도,
독하지 않은 만큼 일에대한 열정이 우리와는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잘 씻지않아 나는 고약한 냄새까지 났다.
이 모든게 융합적으로 맞물려 B는 점심식사에서도, 회식에서도, 회사 행사에서도 점점 소외되어갔다.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 B는 퇴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일의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자진해서 일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겉으로 봤을때에는, 벌써 우리팀에서 6개월 사이에 2명의 경력직이 발붙이고 떠났다.
그렇게 욕을 하며 빨리 일에서 떨어지라고 얘기했으면서도,
막상 사람이 떠난다고 하니 우리 집단이 너무 심했던 것은 아닌지, 포용력이 없는건 오히려 우리가 아니었는지 하는 뭔가모를 죄책감같은 마음이 든다.
개인과 집단의 싸움이라고 한다면 늘 집단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오랜시간을 함께 한 집단이었고, 그들은 견고한 집단안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던져졌던 사람들이다.
우리가 깨어지게 된 건 그 두사람만의 잘못이라고는 솔직하게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포용하지 못한 것은 우리쪽도 마찬가지였을 뿐더러, 오히려 그 단점을 가지고 술안주로도 사용하고 흉내를 내기도 하며 우리가 돈독해지는 도구로 사용했다.
어쩌면 더 최악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마음 한 구석에서는 바랬을 수도 있다.
더 자극적인 모습을 집단에 최초로 전달하며 느껴지는 어떤 희열감도 있으니까.
B가 떠나면 곧 C라는 사람이 올 것이다.
그리고 C는 또 다시 우리 집단의 스트레스와 편견을 온 몸으로 받아쳐야 하는
안타까운 자리부터 시작하게 되겠지.
그것은 아마 내가 될 수도 있고, 우리 무리중의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합이 잘 맞지 않았다면 잘못은 대치되는 둘, 모두에게 있다.
그러나 내가 속한 집단은 늘 옳아야 하기에,
그리고 한 개인으로 인해 우리가 정상임을 증명해야 하기에,
잘못은 늘 마녀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