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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oJang Aug 18. 2019

그럭저럭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느새 13년 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일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회사에서 업무 성과만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관리자의 성향에 맞춰 정치도 해야 하고(누군가는 그것을 처세라고 하기도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겪어도 참아야 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거스를 수 없었지만 그때부터 회사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채 한 발짝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회사와 나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관조적인 입장을 견지해야만 깨어있는 사람인 것 마냥 사회생활을 해왔습니다.

 그 이후 호기 있게 회사를 박차고 나온 어떤 사람들의 용기에 감복하고, 그들이 남긴 에세이를 탐독하였습니다. 반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을 애써 부정하며 그들을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바라보고 살았습니다. 나는 저렇게 회사에 목을 매고 살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나의 가치를 지키고 사는 고결한 삶인 것처럼... 사실 그것도 꽤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체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품으로 살아가기보다 나 자신을 찾아가는 삶을 중요하다고 여겨 왔으니까요.

 하지만 좋으나 싫으나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고, 가족 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 회사입니다.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그토록 원하는 나를 찾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그래서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회사에서 성공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회사를 다니면서도 행복하게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계속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를 떠나 스스로 서보려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게 되면서 나만의 길을 꾸준히 찾으면서도 행복하게 회사를 다니기 위해 몇 가지를 다짐했습니다.


1. 뛰어난 사람을 인정하자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는 주변 동기들의 능력이 다 고만고만합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능력 있는 선배를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뛰어난 선배에게 질투심이 생기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동기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동기 중에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나보다 먼저 승진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후배들 중에서 나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막상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회사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자기 위안으로 '쟤는 윗사람한테 아부를 잘해' 또는 '쟤는 실속 없이 포장만 잘한다'라고 하며 애써 그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뛰어난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뛰어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경쟁에 이겨야 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저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하나고 그 길에서 앞서가는 거라면 내가 뒤쳐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각자가 가진 길을 가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압니다. 그저 다른 길입니다. 게다가 나는 애초에 홀로서기를 작정하고 나의 쓸모를 가꾸고 있으니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뒤처지는 느낌이 들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아직 내가 가야 하는 길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만이 가진 가치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이기에 누군가의 성공에 질투심이 생기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질투심은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가치를 찾게 만드는 열정의 땔감으로 쓰고 있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인정합니다. 또한 나도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2. 회사에서 정의를 논하지 말자.


회사라는 조직의 목적이 '정의 사회 구현'은 아닙니다. 회사는 오직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입니다. 물론 기업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윤리가 있지만 그것은 정말 최소한입니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이상적일 수 없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인사 발령이 날 수도 있고 성과에 대한 평가가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임원들에 대한 징벌은 솜방망이이지만 평사원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판이 좋은 회사라면 큰 틀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항상 조직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회사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이익을 좇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정의 사회 구현'이 목적인 검찰 내부 조직도 그다지 정의롭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성추행, 직장 내 따돌림, 부당 근로 등 불법적인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불합리한 부분도 어쩌면 회사의 경영 방침의 일환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니 깨달은 건 오래전이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저건 아니지 않나?' '이러다 우리 회사 망할 것 같아'라는 부정적인 말을 자주 입에 담았습니다. 회사에서 불합리한 상황을 접할 때마다 자괴감을 자주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별것 아닌 것들로 회사가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도를 지키려다가 수익을 내지 못해 좌초되는 회사를 많이 봤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하나의 생명체로 비유를 많이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감기에 걸리거나 장염에 걸렸다고 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기초 체력이 약한 경우에 생명체로써 운명을 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지 잔병치레는 중요하지 않다는 슬픈 결론은 얻었습니다. 회사는 정의로워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3. 적당히는 대충대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본인의 업무 역량을 평가받아서 더 높은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맡은 업무를 적당히 하는 것으로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일을 한다는 의미가 대충대충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의 목적과 일에 맞춰 결과물을 도출해야 합니다. 회사와 구성원 간에는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 관계를 맺습니다. 고용 관계 또한 상호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계약 관계에 의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은 계약 미이행으로 상호 간의 신뢰를 저버리는 부도덕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회사일을 적당히 하겠다는 결정을 했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는 맡은 바 일을 충실히 해야 합니다. 먼 훗날 스스로 서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 내가 만드는 가치를 고민해보자


'회사를 다닌다'를 다시 해석해보면 (자아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아직 혼자서는 어렵기 때문에 회사라는 조직을 통해 사회에 가치를 기여하고자)'회사를 다닌다'라고 풀어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전형을 통해 입사라는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그 성과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만큼 매출이 발생하고 그것으로 내가 급여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나는 회사가 만들어 내는 가치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내가 받는 급여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냈는가? 그것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회사라는 보조바퀴를 달고 있는 두 발 자전거입니다. 지금은 보조바퀴에 의지하여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 보조바퀴에 의지해서 달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보조바퀴 없이 달리는 자전거가 얼마나 자전거 본연의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지를... 당장 보조바퀴를 떼어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넘어지기만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두발로 달릴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시작이 저는 회사 안에서 내가 만드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나는 지금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합니다.


회사를 부정하지도 않지만 회사를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만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 적은 이런 제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장 내일 아침에 바뀔 수도 있는 깊이가 얕은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나의 쓸모를 고민하지만 아직은 스스로 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 남기는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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